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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두려움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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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1-3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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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계신 아주경제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아주경제 송계신 정치경제부장) 사람은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불안감을 느낀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강한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지고 마음도 위축된다. 견딜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되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두려움이 커져 본능적으로 자기보호 기능이 작동하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8일 정부에 쏟아낸 비판은 재계가 느끼고 있는 극도의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재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업가들을 불안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했다.

한국경제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기업들이 탐욕적”이라는 수사를 동원했다. 윤 장관은 또 중소기업들을 압박해 이익을 취하지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생각해보라”며 대기업을 비판했다.

기업가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할만한 가히 ‘폭탄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뿐 아니다.

현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삼성전자가 사상최고의 이익을 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표현했다.

정부가 날선 칼을 들이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발언은 잔뜩 주눅 들은 채 내뱉은 ‘항변’으로 들린다.

큰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후환’이 두려워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내지른 하소연인 것이다.

‘궁한 쥐가 고양이한테 대든다’는 속담이 있다. 권력 앞에 항상 약자였던 기업가들이 오죽했으면 정부를 향해 제 구실을 하라고 쓴소리를 했을까 곱씹어 본다.

그러잖아도 최근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기업들은 불안감에 젖어 있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경제가 다시 성장 둔화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 경제도 성장률이 뚝 떨어지며 ‘경착륙’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유럽 각국의 정부부채 문제는 여전히 세계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세계경제의 성장이 주춤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선진국들의 경제 성장이 멈추면 매출이 줄어들고 이익이 감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아무리 많은 이익을 내고 있고 어느 장관의 말처럼 ‘돈방석에 앉아’ 있어도 전망이 불투명하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국민들 역시 경제상황이 불안해질 때 지갑을 꽉 닫은 채 열려고 하지 않는다.

미래가 보이지 않고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과 가계는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이든 가계든 몸을 사리고 움추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잘 나가던 경제도 갑자기 얼어붙게 되는 것이다.

이쯤되면 두려움이 스멀스멀 사회 전반으로 파고들고 비관적인 전망이 득세하게 된다. 이어 음모론과 경제 붕괴론에 힘이 실리고 공포 분위기가 만연하게 된다.

짙은 안갯속에서는 비행기도, 자동차도, 배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상황을 맞으면 누구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어느 누구도 앞서 가려고 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경제에서 최대의 적이다.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서든 기업을 비롯해 국민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국민들이 불안감에 빠지지 않도록 붙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통제되지 않는 독선을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 한다는 사실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

kss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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