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시중은행들이 신용카드 분사 방침을 잇따라 선언하며 은행원들이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카드사업 분사로 연봉 축소가 예상되는 데다, 카드업종 경쟁 격화로 업무량 증가 등 고난의 행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신용카드 사업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민영화 추진 중인 산업은행도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한 뒤 적당한 시점에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농협중앙회도 신용카드사업부를 분사할 방침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소매금융 강화를 위해 15개 영업본부별로 카드영업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할 정도로 카드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시너지 효과와 수익 극대화를 위한 은행들의 이 같은 적극적인 행보에 은행원들은 걱정부터 앞선다.
재직 중인 은행보다 새로 생길 카드사의 연봉이 낮기 때문이다. 지주사 내에 카드사 독립법인이 설치되면 은행내에서 카드업무를 담당하던 은행원들은 새로 생긴 카드사로 소속을 옮겨야 한다.
옮긴 직원들의 연봉은 카드사의 내부규정에 맞춰 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카드업권의 연봉이 은행보다 3000만~4000만원 가량 적다.
지난해 11월 하나은행이 카드를 떼어내 하나SK카드를 설립했을 때에도 이 같은 문제에 다소 진통을 겪었다. 당시 하나은행은 직원들 사이에서 하나SK카드는 전출 기피대상 1순위로 꼽혔다.
경쟁심화에 따른 영업 스트레스와 업무량 증가도 말 못할 고충으로 꼽힌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영업경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KB금융의 경우 전국 1200여개 영업망을 활용해 카드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은행 영업점을 통해 카드 영업을 벌일 경우 창구 직원들의 영업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신용카드를 분사해도 결국 영업은 은행 영업점 직원이 해야 돼 업무 피로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전업계 카드사와의 상품·마케팅 경쟁이 불 붙고 있는 점도 업무 스트레스를 높이고 있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카드업종은 신한·삼성·현대·롯데 등 4대 전업계 카드사의 시장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은행권이 이들 사업자만큼의 상품경쟁력을 확보하고 마케팅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국민은행 등 카드사 분사를 계획 중인 은행들의 밤샘근무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행들이 카드사를 분사한 이후에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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