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세’ 도입 제안이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론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는 민주당 등 야당 측 반응에 대해 “무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인 이 의원은 이날 오전 KBS1라디오에 출연, “흡수통일은 말로만 가능한 게 아니라 북한체제의 붕괴 이후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외교적으로 승리해야만 가능하다.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이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민족공동체’의 3단계 통일방안을 제시한 점을 들어 “‘평화공동체’를 만드는 게 먼저라고 했기 때문에 오해할 필요는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통일세 도입에 앞서 남북협력기금을 우선 활용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남북협력기금은 북한의 경제개발을 도와 우리와의 격차를 줄이고, 거래관계를 통해 경제공동체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고, 통일세는 통일됐을 때 쓰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얘기다”고 지적했다.
또 각 기관의 통일비용 추정치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과 관련해선 “통일비용엔 크게 통일 직후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위기관리비용과, 통일 후 북한의 정치·사회·문화·군사체제 등을 바꾸는데 필요한 비용, 그리고 남한주민들과의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 등이 있다”며 “이 중 투자비용은 북한주민의 소득을 어느 기간 동안 얼마 수준까지 올릴 것이냐 하는 가정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의원은 “통일비용 준비는 필요하나, 그 전에 통일여건을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북한경제를 살려 남북격차를 줄일수록, 또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할수록 통일비용은 적게 든다. 통일시 필요한 돈의 상당수가 외화인 만큼 평소에 우리나라의 경제체질과 정치·사회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통일세 도입 필요성은 학계에서 20년 전부터 논의돼왔는데,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이 이 얘기를 한데 대해선 ‘약간 이상하다’는 반응이 있는 것 같다”면서 “보통 정부가 자세한 내용을 준비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떤 사안을) 얘기하는데 이번엔 그런 게 없다. 그래서 대통령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 등 남이 잘 모르는 사정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 의원은 통일세 도입의 구체적인 방안과 관련, “언제 얼마가 소요될지,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지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세금을 올리기 전에 재정구조를 건전화하는 게 먼저고, 국제적으로 탄소세·은행세 등의 도입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런 부분도 같이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는 “(통일세를 도입하면) 조세부담이 굉장히 커질 것이기 때문에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며 다만 “통일로 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북한에 대한 투자기회 등을 생각해 미리 전략을 세우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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