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차이점도 많이 발견된다. 국내 대학의 여름 캠퍼스는 방학이라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학생들로 붐빈다. 미국 대학의 여름 캠퍼스는 한가하다. 한국 대학생들은 스펙을 학교 울타리 안에서 쌓고 미국 대학생들은 학교 밖에서 쌓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생들은 학교에서 학점과 토익·토플 성적 올리기,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에 몰입해 있기 때문에 캠퍼스가 붐빌 수밖에 없다. 미국 대학생들은 시장의 수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산업체 등에서 시간을 보낸다. 반면 한국 대학생들은 무슨 자격, 어떤 학점이냐를 중시한다. 스펙 쌓기라는 공통점에도 불구 스펙의 대상과 방법에 큰 차이가 난다.
두 나라 대학 캠퍼스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차이는 학생들에게 있기 보다 산업체와 교육 과정에 있다. 미국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시 졸업생이 어떤 인턴십 과정을 거쳤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일에 대한 역량 보유 여부를 주관적으로 판단한다. 따라서 당연히 학생들은 학교 밖의 스펙이 더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은 학점과 몇 종류의 자격증을 지녔냐를 먼저 따진다. 당연히 학생들은 캠퍼스 안에서 스펙을 쌓게 된다.
두 나라 기업 간에 신입사원을 선별하는 역량과 책임성에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수요자인 기업의 인력관리 역량이 떨어질수록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게 획일적이다. 주관적 평가보다 객관성만을 앞세우게 된다. 객관성은 결과적으로 뭘 잘 할 있냐는 평가보다 몇 개를 더 지녔냐로 귀결된다. 그래서 내 대학들은 학생들의 스펙을 높여주기 위해 고학년으로 갈수록 높은 학점을 주는 것을 당연시 한다. 하지만 인사담당자들은 학점에 대한 변별력은 이미 의미가 없어졌다고 한다. 스펙이 실무 능력과 직접 관계만 있다면 문제될 리가 없다.
캠퍼스 울타리 안에서 쌓은 스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응용력 부재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한자2등급 자격취득자 중에서 '大韓民國'을 제대로 쓸 줄 아는 학생이 겨우 31%에 불과했다고 한다. 비단 대학에서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암기식 시험 문제를 통해 취득한 자격증이 실무 해결 능력까지 해결 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객관성이라는 포장된 눈으로 보면 개수가 많을수록 유리한 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가장 고전하는 문제점이 바로 전문가 부족이다. 국내 기술자 중 정부가 인정하는 만점 기술자수는 6만명을 넘었지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5천명 내외의 숫자를 채울 정도의 글로벌 엔지니어도 부족한 게 국내 현실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스펙은 학생들의 눈높이만 올리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학점을 높여야 하고 자격증은 개수를 늘려야 한다. 소요 비용은 고스란히 학부모들의 부담이다. 스펙이 높아진 만큼 졸업생들은 당연히 대기업만 쳐다본다. 중소기업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의 수요와 공급이 양과 질 모두가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는 셈이다.
산업은 동일한 스펙으로 구성된 '-'이 아닌 다양한 전문성 스펙트럼으로 구성된 '피라밋'형이어야 한다. 기초에 기반반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이 존재한다. 어떤 산업도 기초 없는 지붕은 있을 수 없다. 특히 건설산업에 필요로 하는 기술의 스펙트럼은 광범하기 때문에 수요자의 다양한 평가 잣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평가 할 수 있는 주관적 평가 역량을 높이는 건 기업들의 몫이고 또 책임이다. 수요자그룹의 다양한 잣대만이 국내 대학들의 여름 캠퍼스의 풍경을 바꿀 수 있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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