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최근 입주 중인 아파트 단지에서 시공 관련 하자를 찾아내 입주자 대표회의에 접근, 건설사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하도록 부추기거나 거액을 요구하는 '아파라치(아파트+파파라치)'가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택건설업체들이 입주율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아파라치의 횡포에 많은 건설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시설물 안전진단업체 등으로 위장한 '기획소송단(아파라치)'이 입주자 대표회의에 건축물 하자를 잡아주겠다며 접근한 후 시공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도록 부추기는 사례가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사업승인 당시의 도면과 완공 현장의 품질을 비교해 정산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입주대표자회의에 전달하면 입주자 대표회의는 이를 근거로 시공사를 압박하는 것이다.
더욱이 분양가를 가구당 1억원 이상 깎아 달라든가 아무 조건 없이 계약을 해지해 달라는 등의 무리한 요구에 건설사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만약 건설사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법원에 피해보상 소송을 내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심지어 청와대나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무차별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일부 계약자는 여러 회사의 주택을 매입한 뒤 각 단지들의 입주예정자모임 등을 이끌며 다른 계약자들을 선동해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회장직을 그만 두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뒷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이들의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인 민원제기에 건설사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합의금을 내주거나 분양가를 할인해 주는 등의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얼마전 전남 광주에서 입주를 시작한 H사는 '아파라치'의 개입으로 입주자들이 10여가지의 하자를 들고 나오며,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자 이에 견디지 못하고 입주축하금 명목으로 각 세대당 500만원씩 총 21억5000만원(430가구)을 지불했다.
아파라치에 속아 소송을 제기했던 입주자의 경우도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이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어 고스란히 소송비용만 날리는 사례도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의 합리적인 문제제기나 요구는 시공사 입장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고, 또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건설사들이 큰 곤혹을 치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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