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심재진 기자) 세계 증시의 눈이 G2(미국·중국)에 쏠리면서 한때 파국으로 치닫는 것 같던 유로존 재정위기는 일단 수면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유로존 위기에 대한 우려는 지난 7월 남유럽 지역의 국채 만기 집중이 무난히 지나가면서 한풀 꺾인 상황이다.
그러나 유로존이 위기를 벗어났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유럽연합(EU)은 남유럽 재정위기에도 2분기 실질GDP 1.7%라는 성장률을 일궈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유로존 내에 잠재하는 문제들과 재정건전성 우려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매입을 대폭 축소했다. ECB는 국채 매입을 줄인 이유로 유로존 금융시스템이 위기를 극복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최근 유로존 움직임을 보면 그리 안심할 수준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유럽 은행권은 여전히 ECB의 금융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통계에 따르면 포르투갈 지역은행들이 ECB로부터 공급받은 유동성은 지난 6월과 7월 사이에 20% 이상이며, 스페인과 그리스 은행의 ECB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유로존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국가간 양극화 심화는 유로존 둔화의 우려를 낳고 있다. 2분기 EU의 경제성장은 전적으로 독일 경제에 의존한 상태이며, 이미 EU의 주요국인 프랑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는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추세다.
지난 12일 EU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지난 6월 유로존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0.1% 감소해 0.5%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6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각각 0.5%, 1.1% 감소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유로지역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세 국가의 명목GDP가 전체의 65%이상을 차지하는 탓에 대표국의 경기 회복세 둔화는 곧 전체 유로존의 경기둔화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부도스왑(CDS)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주축인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의 CDS프리미엄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로존 주변국 금융시장은 지난달 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 안정을 되찾는 듯 했으나 최근 CDS 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달 초 132bp였던 이탈리아 국채 CDS는 17일 현재 196.19bp로 확대됐다. 그리스도 하루에 20bp가 넘는 상승세를 보이기도 하는 등 급등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럽 재정문제는 국제금융의 리스크 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라며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일부 국가는 2012년 유럽금융안정매커니즘 종료 이후에도 과중한 국채부담 상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의 주축인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여전히 높은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유지하고 있다"며 "유럽국가들의 펀더멘털에는 아직까지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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