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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국계 보고서에 휘둘리는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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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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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얼마전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시장에선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마치 정확한 투자정보인 듯 인식되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실제 그들의 보고서를 뜯어보니 그 역시 그리 신뢰할 만한 정보는 아니더란 내용의 기사가 그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기업탐방'이다. 기사엔 그가 속한 증권사가 '지난해 6월 2년 동안 탐방 한번 없이 향후 해당기업의 주가가 36% 이상 떨어질 것이라며 적극 매도를 추천했다'는 내용이 사례로 언급됐다.

그는 "탐방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전화로 그 기업의 파악했다"며 "기업 분석보고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6% 이상 떨어질 것이란 해당 기업의 주가는 해당 보고서가 나올 당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가 이렇게 '전화 한통으로' 휘두른 칼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닌 게 현실이다. 이달 5일 외국계 JP모간이 삼성전기에 대해 3분기 이후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보고서를 시장에 발표하자 발광다이오드(LED)관련주 전체가 폭락했다.

삼성전기는 이날 무려 9.09% 떨어지며 2008년 11월 20일 이후 최고의 하락폭을 기록했고, 같은 LED 관련주인 LG이노텍 역시 9.27% 급락했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25위, 75위 기업이 모두 9% 이상 하락한 탓에 코스피 역시 하락세로 마감했다. "삼성전기가 앞으로 고객사들로부터 LED 부문 가격인하 압박을 받을 것"이란 JP모간의 짧은 전망이 국내 증시를 한바탕 뒤흔든 셈이다.

외국계 보고서가 이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된 배경엔 국내 증권사의 책임도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증권사가 발표한 보고서 가운데 분석기업 목표주가를 내려잡은 보고서는 전체의 7%에 불과하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 보고서가 매수 일색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신뢰할 만한 정보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무책임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외국계 증권사가 가장 문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국내 증권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한번 고민해봐야한다.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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