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손자인 이재찬(46)씨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가의 3세이지만 그의 마지막 길은 조용하다 못해 쓸쓸했다.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서울 일원동 삼성 의료원으로 시신이 운구됐지만 빈소 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빈소가 없으니 자연스레 조문객도, 조화도 없었다.
장례식장에는 그와 관련된 재계 인사를 취재하기 위한 본지 기자를 비롯한 일부 언론사 기자들만이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19일 오전 시작된 입관 역시 유가족들의 참관 아래 조용히 치러졌다. 삼촌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고모들과 사촌형제 등 범 삼성가 인사들은 아직 고인을 찾지 않았다.
사촌들 가운데 유일하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만이 장례식장을 찾겠다는 계획을 개인 트위터에 올렸을 뿐이다.
새한그룹 해체 이후 고인은 연예기획 관련 사업을 벌이며 재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자연스레 이 선대회장의 차남인 이창희 전 제일합섬 회장 일가는 삼성가는 물론 대중의 관심 속에서 멀어졌다. 고인은 그간 범 삼성가 가족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시신은 20일 오전 발인 이후 화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이 자리에 삼성가 인사들이 참석할 가능성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 그를 아는 일부 지인들과 유가족 일부만이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삼성그룹의 황태자가 될 수도 있었지만 부친의 경영승계 실패와 이른 죽음, 이후 새한그룹의 부도 등으로 인해 너무나도 초라한 마지막 길이다.
국내 최고 재벌가의 일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냈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보면서 '정승집 개 죽은 데는 문상 가도 정승 죽은 데는 안간다'는 속담이 불현듯 떠오른다.
사업실패와 외로움 등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 고인과 전혀 친분은 없지만 3일간 그의 상가를 지킨 인연을 계기로 작별의 인사를 건넨다.
"다음 생에서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처자식과 함께 풍족하진 않아도 외롭지 않은 삶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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