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공정보 활용 금융거래 제한 위법 아니다"

  • 금융소외자, 연합회 상대 집단소송 패소 <BR> 파산법 취지 퇴색, 친서민 기조 역행 비판도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개인 신용정보를 무분별하게 유통시켜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막았다는 이유로 금융소외자들이 은행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연합회의 손을 들어줬다.

신용정보를 수집하고 금융회사에 제공한 행위에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친서민 정책 기조에 역행하는 판결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파산·면책자들이 연합회의 신용정보 오·남용으로 발생한 손실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요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연합회의 신용정보 관리 측면이 위법 행위인지 검토했으나 상위법(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해당 내용이 없었다"며 "고심을 했으나 위법 행위라고 판단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산·면책자 500여명은 지난 4월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연합회가 파산기록을 '공공정보'라는 명칭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 불법적으로 제공해 면책자들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막았다"며 "대출, 카드발급은 물론 휴대폰 개통이나 취업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공정보는 법원의 면책 판결 이후 5년간 보존되며, 금융회사는 이를 대출심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합회 측은 "공공정보 보존은 신용정보관리규약에 따른 것으로 위법하지 않고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최소한의 신용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권은 이번 소송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자칫 연합회가 패소할 경우 신용정보 활용 범위가 제한될 수 있는 데다, 개별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유사 소송이 잇따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면책자는 기존에 금융권에 빚이 있었던 사람으로 정상적인 소비자와 동등하게 대하기 어렵다"며 "비슷한 유형의 소송이 제기될까 우려했는데 이번 판결로 부담을 덜게 됐다"고 말했다.

원고단은 항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단 대표인 허 모씨는 "이번 판결은 통합도산법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최근 사회 일각에서 파산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이에 호응하는 판결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면책 기록을 근거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은 법원 판결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도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에서 파산·개인회생·워크아웃 등을 거친 서민들이 소외돼 있는데 이 같은 추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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