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우리 정부가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 시행에 맞춰 공식적으로 대이란 제재에 나설 경우 한국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한ㆍ미관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대이란 제재 동참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대이란 제재가 몰고 올 경제적 파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원유 수입에는 차질 없나?
정부가 대이란 제재 동참의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원유에 있다. 이란은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6월까지 우리나라는 4억2143만1000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 중 이란으로부터는 3890만6000 배럴을 도입했다. 전체 원유 수입량의 9.2% 정도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비중에서 이란은 네 번째로 높은 나라다.
우리 정부는 대이란 제재 참여로 이란과 관계가 악화되면 원유 수입에 차질이 생겨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친서민 정책을 편다고 했는데 유가가 10% 정도 인상되면 다른 물가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원유 도입 가격이 10% 정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원유 수입에 어려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 정유 업체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며 "포괄적 이란 제재법에 따르더라도 원유는 제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원유를 들여오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원유 수입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 문제"라며 "원유 수입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려면 미국 은행을 거쳐야 하는데 현재 미국 은행들은 이란으로 돈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어 원유 수입 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 회사는 일본 엔화를 이용해 원유 수입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데 당장은 어려움이 없지만 앞으로 정부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한국에 원유 수출 중단할까?
우리나라가 대이란 제재에 참여하면 최악의 경우 이란이 한국에 원유를 수출하는 것을 중단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란 역시 외화가 매우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로 원유를 수출하는 것을 중단하면 큰 타격을 받는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는 "관계가 악화되면 이란이 최악의 경우 원유를 수출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란도 원유를 팔아 외화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는 데 쓴 돈은 48억6200만 달러다.
◇수출 대금 받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우리나라의 대이란 제재 참여로 인해 가장 타격을 받는 부분은 대이란 수출 대금 수령 문제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포괄적 이란 제재법' 발효를 계기로 7월 9일부터 개설된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을 매입해주지 않고 있다. 대이란 수출업체들의 수출 대금 수령이 어려워짐에 따라 이란과 수출거래를 중단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대이란 수출업체들이 정상적으로 이란과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줄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이란 수출액은 39억9200만 달러였다. 현재 이란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약 20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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