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감독원이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에 대해 경영 부실의 책임을 물어 문책경고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따라 강 전 행장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게 됐다.
금감원은 19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국민은행 전.현직 임직원 88명을 징계하고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기관경고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강 전 행장과 전.현직 부행장 등 10명이 문책경고 등 중징계를, 나머지 78명은 견책이나 주의 등 경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2008년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지분 41.9%를 9천392억원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강 전 행장이 유동성 문제 등을 지적한 실사보고서를 무시하고 낙관적인 분석만을 경영전략위원회에 보고해 4천억원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이 10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강 전 행장은 준비 미비로 1천3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채권을 발행해 손실을 초래했다.
또한 그는 2007년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방치했다.
금감원은 강 전 회장이 작년 3월께 발생한 250억원대의 금융사고를 1억원 규모로 축소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강 전 행장이 BCC 지분 매입 과정에서 4천억원, 커버드본드 발행 과정에서 1천300억원 등 모두 5천300억원의 손실을 발생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중요한 의사결정 때마다 강 전 행장이 사인했거나, 직접 보고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강 전 행장의 징계 수위와 관련, "은행 자기자본의 10% 이상 손실을 발생시키면 업무집행정지, 3% 이상이면 문책경고하는 게 금감원의 내부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14일부터 2월10일까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실시했다.
한편 금감원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판매와 관련해 이날 우리.하나.한국씨티.SC제일.외환.산업.대구, 부산은행 등 9개 은행 임직원 72명을 징계했다. 이중 4명은 감봉 등 중징계를 받았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기업들과 키코 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금융기관과 반대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받지 않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들이 연간 수출 예상액의 125%를 넘어선 규모의 키코 계약을 한 것도 은행의 과실로 판단했다.
현재 키코 가입으로 손해를 본 기업들과 은행들은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송에서는 계약의 유효성 여부가 쟁점이지만 금감원은 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조사해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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