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솜방망이 처벌에 두번 우는 中企

(아주경제 변해정 기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 같아 실망스럽다"

 키코(KIKO) 판매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 결정을 지켜보던 중소기업계 반응이다.

지난 19일 금감원은 외환파생상품인 키코를 판매한 우리·하나·한국씨티·SC제일·외환·산업·대구·부산은행 등 9개은행 임직원 72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앞서 키코에 가입한 수출 중소기업들은 은행을 상대로 150여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키코 판매과정에서 거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환율 하락을 예상하고 키코를 계약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당초 전망과 달리 큰 폭으로 치솟자 환차손 피해를 입은 기업이 속출한 것.

이번 금감원의 징계 수위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도 키코 판매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금감원이 주요 조사항목을 뺀 채 '건전성 여부'만을 따져 은행을 제재한 것은 사실상 은행의 과실을 대부분 눈 감아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한 이번 징계를 심의한 제재심의위원회에 키코 관련 민사소송에서 은행 측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와 전북은행 사외이사 등이 포함되면서 결정의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연간 수십억의 매출을 올리고도 키코의 '멍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수익성 하락을 맛 본 기업들이 금융감독 당국의 불신행정에 두 번 울게 된 꼴이다.

현재 118건의 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 싸움은 처음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 비유됐었다. 중소기업의 승리를 장담하는 이가 많지 않았던 까닭이다.

최종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키코 피해 책임여부를 떠나 생존을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기업들이 또 한번 맥없이 무너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아무쪼록 지금 겪고 있는 갈등의 시간이 오심없는 판정을 내리기 위한 산고(産苦)로 모두에게 기억되길 바란다. 

hjpy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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