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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정부지침보다 미국법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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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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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괄적 이란제재법' 발효…美정부와 협의 서둘러야

對이란 수출용 신용장 거래되면 美와 거래 못해
기업의 대금 받는길 사실상 막혀 수출 포기 늘어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정부가 조만간 미국·이란과 대이란 제재 문제를 협의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 시증은행들이 지나치게 앞장서 이란 수출기업을 제재하고 나선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1일 '포괄적 이란제재법'이 발효된 이후 이 법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을 매입해 주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포괄적 이란제재법' 발효 이후 우리 기업들이 대이란 수출대금을 받을 길이 사실상 막혔고 대이란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은 최소한 법적으로는 우리가 지킬 의무가 없는 미국 국내법을 지키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대이란 수출길을 막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약 우리 은행이 매입한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을 갖고 이란의 수입처가 거래하는 은행에 가서 결제를 받으면 우리는 미국 은행과 거래를 못하게 될뿐만 아니라 달러도 거래를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포괄적 이란제재법'의 이란 은행과 거래금지 규정을 들고 있다.

'포괄적 이란제재법'은 "이란 혁명수비대 및 블랙리스트에 오른 은행·기관 등과 거래하는 외국 은행은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이란의 거의 모든 주요 은행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시중은행들이 매입한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을 갖고 이란의 수입처가 거래하는 은행에 가서 결제를 받으면 결과적으로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은행과 거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 자체가 너무 과도한 제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포괄적 이란제재법'에 따르면 △이란 석유자원 개발에 연간 2000만 달러 이상 투자한 외국기업 △이란의 대량살상무기(WMD)·재래식 무기 증강에 기여한 외국 개인 및 기관 △물품, 서비스, 기술 등을 제공해 이란의 정제유 국내 생산에 기여한 경우 △이란에 정제유를 제공하거나 이란의 정제유 수입 능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 등이 주요 제재 대상이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대이란 수출업체들은 '포괄적 이란제재법'의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이란 정부의 대량살상무기와 테러활동 지원, 이란 혁명수비대와 관련한 금융행위를 제재대상으로 삼았다"며 "따라서 일상생활용품 등 제재대상 거래와 관련이 없는 품목에 대한 무역거래까지 일괄 제재하는 것은 과한 일"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향후 이란과 거래를 감안해서라도 제재 동참은 제한적으로 하고 이란과 거래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정부 지침이 아닌 자체적 판단으로 대이란 수출용 신용장을 매입해 주지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이 다른 나라 은행들에 비해 너무 저자세를 보이는 측면이 심하다"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있을 대미ㆍ대이란 협의에서 주요 제재 대상 물품과 무관한 생활물품 등에 대해서는 '포괄적 이란제재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관철키로 한 것도 이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leekhy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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