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대 세계 경제의 지형을 바꾼 미국 발 경제 독트린을 일명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렀다. 미국의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유무역과 금융자유화를 세계화시키려는 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의 본격적인 출범이었다.
이후 30여 년 동안 수많은 ‘OO노믹스’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DJ노믹스, MB노믹스, 콜레보노믹스, 위키노믹스 같은 용어들이다. 이런 용어의 명멸(明滅)은 흔히 주도 세력의 부침(浮沈)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런 용어를 유행시키는 속내에는 ‘일정 기간 지속되는 경제적 효과’를 바라는 의지가 스며있다.
이런 시속(時俗)에 따라 한가지 ‘OO노믹스’를 추가하고 싶은 마음을 동하게 만든 현상이 있다. 바로 ‘제주 올레 현상’이다.
이미 많이 알려졌다시피 ‘올레’는 제주도의 방언으로 ‘집안 현관문 밖에서부터 대문까지 이르는 길을 포함한 동네 골목길’을 의미하는 말이다. 한마디로 제주도의 골목길이다. 이 제주도의 골목길을 걷는 여행이 몇 년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대한민국 관광여행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쓰고 있다.
이미 10 코스 이상 개발된 이 올레길은 제주도 사람들이 농사짓고 고기잡으며 살아가는 모습과 바다에 면한 아찔한 절벽, 바위섬들의 절경이 어울려 우려내는 가슴 뭉클한 풍경의 긴 꼬리로 이어져 있다.
이 긴 꼬리는 장가계나 태산 같은 입 딱 벌어지는 풍광(風光)J에 익숙할 법한 중국 사람들도, 아기자기 가슴을 녹이는, 정밀하게 기획된 경관(景觀)에만 홀릴 것 같은 일본 사람들도 마음을 열게 하는 마법의 코스들이다.
올레길 여행이 유행하면서 전국의 여행객들은 마법에 사로 잡힌 듯, 너도 나도 제주 올레를 찾아 1년에도 몇 번씩 제주를 다녀가곤 한다. 제주도 관광정책과 마케팅 담당자에 따르면 올 7월 28일 현재 제주도 입도객 수는 4백24만 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나 늘었는데, 이 수치는 2008년 연간 입도객 증가율 7.2%에 비해 2.5배나 되는 것이다. 이 인원이 모두 올레길 여행자일리는 없지만 올레 여행이 유행하고부터 입도객 수가 부쩍 늘어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주도 관광정책과 사무실 안에 걸려 있는 ‘연간 670만 명, 3조원 관광수입 달성’이라는 현수막에 실체감을 더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나아가 지금 전국에는 제주 올레와 같은 ‘걷기 좋은 길’들이 유행처럼 만들어져서 사람들이 이제는 ‘먹고 노는’ 관광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두루 챙기는 질 높은 여행을 선호하는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의 성곽길, 지리산 둘레길, 강원도 고성의 관동팔백리 길 등 문화와 인문학이 살아 숨쉬는 ‘길 여행’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 올레 열풍이 불어 닥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 관광정책 담당자들도 올레 여행의 경제효과를 지금 당장 가늠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항공사나 올레길 주변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은 체감하는 바가 있지만, 아직 ‘대박’의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제주에서 70 평생을 살아도 올레길을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를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다는 장모와 올레길 7코스와 10코스를 걸으며 “참 좋다. 이렇게 좋은 줄 평생 동안 왜 몰랐을까? 이러니 도회 사람들이 그리 밀려들지.”하는 감탄사를 주워 듣다 보면, ‘올레’는 결국 ‘올레노믹스’가 되겠구나, 예감하는 속내가 자연히 생기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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