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황금만능주의가 서민 가족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가는 과정을 고발한 블랙코미디 연극 '가족오락관'이 내달 5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몇대몇'으로 유명한 모 방송국의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즐기는 단란한 한 가족의 모습을 보인다.
그저 TV에 초점을 맞춘 채 과일을 물고 무성의하게 내뱉는 일상의 말들 속엔 가족 구성원의 애환과 기쁨, 환희가 묻어 있다.
집안의 가장 큰 어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가장으로서의 아버지,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 열심히 공부하며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 이런 전형적인 가족의 구성은 사실 우리들의 머릿속에 박힌 허상, 혹은 편견에 가깝다.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된 허상으로서의 이상적인 가족상에 가깝다.
연극 ‘가족오락관’은 그걸 깨부순다. 또 한편으로는 끔찍하게 그 허상을 강화시켜 보여준다. 아버지의 죽음, 복수, 살인으로 이어지는 가족들의 엄청난 일들이 마치 마트에서 장보고 돌아오듯 가족 안으로 들어와서는 애써 담담한 듯 펼쳐낸다. 인터넷에 물어보고,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살인을 계획한다. 예능프로를 보고 깔깔거리며 살의를 표현한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다.
가족오락관은 문사보다 ‘무당’이 쓴 글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대본 안의 상황은 부단히도 ‘연극적’이다. 과감하고 빠른 상황 전개와 적절한 생략과 흐름이 리듬감 있게 만든다. 강하게 드러나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설득력이 극을 흥미있게 끌고 간다.
겉잡을 수 없는 분노, 억울함, 열패감을 정말 내가 가끔 상상하던 대로 ‘죽여버리고 싶은’ 사람을 죽여버리는 과감한 상상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런데 이 살인이 묘한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그 일들이 눈덩이처럼 커져버린다. 주춤거리지 않고 흘러가는 이야기에는 사회적 약자들의 울분이, 그 어디에서도 해소되지 못할 울분이 그들을 괴롭힌 이들에 대한 ‘살인’으로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면서 해소되어 가는 과정이 잘 그려진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기에 더 묘한 쾌감을 주고 어느새 살인행위를 그럴 수도 있다고 정당화하고 있는 이 가족들의 천연덕스러운 도덕적 우월감에 연민마저 느껴진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약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좌절감과 울분을 안겨주는 지를 이 기묘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아버지를 잃은 가정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복수과정을 거쳐 가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희극적인 리듬으로 다룬 연극 가족오락관은 내달 5일까지 대학로 게릴라 소극장에서 계속된다. 문의 070-8116-7690.
gusskrla@ajnews.co.kr[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