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질서는 물론 경영환경도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최고경영자(CEO)는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새로운 표준을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규정지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20일(현지시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ㆍ경제시스템에서 나타나고 있는 5가지 뉴노멀을 소개했다.
◇장기실업
미국의 실업사태가 만성질환화하고 있다는 점은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역시 실업이 미 경제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10%대를 넘나들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이 내년까지 8.7%선으로 떨어지고 2013년에는 6.8%로 가라앉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부문의 고용력이 크게 달리는 상황에서는 전망치를 충족시킬지 장담할 수 없다. 미 메릴랜드대의 한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서 실업률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향후 3년간 매월 3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기가 그나마 나았던 연초 한 달간 창출한 일자리는 10만개가 안 됐다.
◇소유→임대
미국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주택은 더 이상 유망한 투자처가 아니다. 미국 20개 대오사 주택가격을 반영하는 대도시 스탠더드앤드추어스(S&P)/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2006~2009년 미국 주택 가격은 32% 추락했다.
그 결과 집값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액을 밑돌아 압류주택 수가 급증하고 있다.
때문에 집을 헐값에 사들여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던 미국 벌처투자자들은 최근 임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미 하버드대 조인트센터포하우징스터디스에 따르면 2004~2009년 임대주택 수는 340만채(10%) 늘었다.
◇소비→저축
빚을 내 왕성한 소비력을 뽐내던 미국인들이 저축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 가운데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미국인들의 카드빚은 45억 달러(6%) 줄었다. 이로써 미국인들의 카드빚은 21개월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인들의 세후 저축률은 6.4%로 3년 전에 비해 3배 상승했다.
포춘은 저축률 상승은 소비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미 경제에 단기적으로는 악재가 되겠지만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호재라고 지적했다.
◇장거리 휴가→'방콕'
고용불안 속에 저축률이 상승하면서 미국인들의 휴가 트렌드도 바뀌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기보다는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는 근교에서 즐기는 휴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춘은 특히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여느 때보다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5월 USA투데이와 갤럽이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7%가 올해 휴가에는 지난해보다 이동거리를 줄이겠다고 답했고 더 멀리 떠나겠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은 이전과 다름 없이 휴가를 즐기겠다고 답했다.
◇소득↑·세부담↑
고소득층의 세부담이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오바마 행정부는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의 감세정책 중 중산층 감세는 그대로 두고 부자들에 대한 감세조치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방침이다.
오바마는 과세소득 19만5550 달러, 23만7300 달러 이상에 대한 소득세율을 현재 33%, 35%에서 내년에는 36%, 36.9%로 높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소비ㆍ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부자 감세안 철폐는 경제가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부자 감세조치 중단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세입구조의 균형을 맞추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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