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돈은 먼저 우리나라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의 한국 채권 순투자액은 2조4천813억원으로 룩셈부르크(4조3184억원), 미국(2조7577억원)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순투자는 매수에서 매도를 뺀 순매수에서 만기 상환까지 감안한 것이다.
작년 말 1조8726억원이었던 중국의 우리나라 채권 보유액은 올해 들어 2배 넘게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 채권보유액 71조9120억원 중 중국이 보유한 액수는 4조3539억원으로 전체의 6.05%에 달한다.
중국 자금은 우리나라 채권뿐 아니라 주식도 사들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중국역내적격기관투자자(QDII) 보고서에 따르면 QDII자금의 한국 투자 비중은 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투자를 하려면 중국 당국의 허가인 QDII를 얻어야 하며, 현재까지 중국의 QDII 규모는 8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 자산운용사들은 국내 주식종목 중 한국타이어와 삼성화재, 신한금융그룹, GS건설 등의 비중을 크게 확대했다.
중국 자산운용사들은 이같이 QDII를 받아 운용하는 해외 투자상품을 자국 투자자들에게 팔고 있다.
아울러 중국 국부펀드로 2000억달러(약 234조원)의 자산을 가진 중국투자공사(CIC)는 최근 국내 증권사들을 일부 불러 주식·채권 투자자문을 받기 위한 세미나를 하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CIC의 2009년 주식투자 비중은 36%였는데, 이중 북미 주식이 44%를 차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원화 자산에도 관심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 규모가 7766억위안(약 144조원)에 달하는 중국의 국민연금인 사회보장기금도 해외자산 비중을 현재의 7%에서 향후 2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어서, 이 자금의 국내 유입 여부도 관심이다. 사회보장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32%, 채권은 41% 수준이다.
이 밖에 우리나라 정부가 외국인 부동산 투자 규제 많이 푼 반면 중국에서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중국 개인투자자들의 제주도 등지에서의 국내 부동산 투자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돈이 원화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적인 규모가 어느 정도에 이를지 관심이 쏠리지만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다.
현재 중국 위안화를 결정하는 통화바스켓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8~10% 정도다. 달러, 엔, 유로화에 이어 4번째로 비중이 크다. 중국의 대외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 정도기 때문이다.
바스켓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21%가량 된다. 하지만, 중국 외환보유고에서 원화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달러화 비중은 60%에 달한다.
가오징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한다고 해서 원화자산 비중을 바로 통화바스켓에 들어가는 수준으로 늘리지는 못하겠지만 CIC 등의 움직임과 위안화 절상이라는 대세를 봤을 때 중국이 점진적으로 바스켓에 비중이 높은 국가의 자산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 고정환율제도로 돌아갔다가 지난 6월 21일 다시 변동환율제도인 통화바스켓 제도로 복귀했다.
통화바스켓 제도 아래에서는 위안화를 평가할 때 바스켓 통화를 고려하며 위안화가 절상되면 바스켓에 있는 통화들은 다 강세가 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위안화 절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바스켓 비중이 높은 통화의 자산 비중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가오 연구원의 설명이다.
반면 허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화바스켓 내 통화 비중과 해외 투자는 다르다"면서 "투자는 수익성이 좋고 안정적이면서 적응하기 쉬운데 할 수밖에 없는 반면 통화바스켓 내 비중은 대외거래 비중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CIC 자금 주도로 한국 채권을 매수하고 있는 경향은 뚜렷하다"면서 "미국 채권을 매각하면서 일본이나 한국 채권을 매수하는 경향은 당분간 게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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