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과 대만의 양안 경제협력 기본협정(ECFA) 체결 이후 우리 나라 기업들은 대만 기업들에게 중국 시장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반면 일본 기업들은 오히려 이를 중국 시장 진출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대만이 지난 6월 29일 체결한 ECFA가 공식 발효되면 539종에 달하는 대만산 제품이 중국에서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지식재산권 등 부분에서의 양안 간 경제협력 가속화로 대만기업은 다른 국가 기업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것이며, 양안 간 합자기업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만 기업들이 향후 중국 시장, 특히 반도체와 LCD와 같은 분야에서 우리 나라 기업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전전긍긍하고 있는 한국 기업과 달리 일본 기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에 대비해 발 빠르게 움직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을 오히려 중국 시장 진출의 ‘창구’로 삼아 대만 기업과 손을 잡아온 것.
과거 일본 제조업체들이 대만의 타이샹(臺像), 화펑(華豊)고무 등과 손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식음료, 물류, 통신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만과 일본 기업간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만 최대 식품업체인 통일(統一)그룹이다. 통일 그룹은 현재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을 비롯해 미스터도넛, 애프터눈 티룸 등 주로 식음료 분야에서 일본 업체와 손을 잡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제지그룹(NPI)이 대만의 YFY(永豊余) 일부 지분을 주당 1.1달러에 인수해 중국 제지시장에 진출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치우슈잉(邱秀瑩) YFY 회장은 “YTF는 수년간의 노력 끝에 중국 시장에서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이것이 바로 일본 제지그룹이 우리 기업에 손을 내민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 오릭스 그룹도 올해 7월 대만 신이(信義)부동산과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신이 부동산의 중국 내 130개 거점을 발판 삼아 중국 대륙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일본 미쓰이 파이낸셜 그룹도 대만 퍼스트 파이낸셜과 손잡고 중국 금융시장 진출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주변 국가들이 오히려 ECFA를 역으로 이용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대만 기업과 합작해 중국에 진출하면 ECFA 효과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만 기업을 통해 복잡한 중국의 법률이나 기업 환경에 대한 이해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코트라 관계자도 "ECFA로 인해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이 더 긴밀해짐에 따라 우리기업들도 대만기업과 협력을 통해 중국시장에 공동 진출하거나, 분야별로 대만의 경쟁기업과의 합작기업 설립 등 새로운 협력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즉 우리 나라 기업도 중국 시장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만 기업을 활용해 ECFA 효과를 간접적으로 누리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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