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회계기준 제각각...투자자 혼란

(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들이 저마다 다른 회계 기준에 따른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혼란이 우려된다.

스팩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다. 회계법상 금융투자회사로 구분되지만 인수·합병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외의 활동에서 발생한 이익을 수익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상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에셋스팩1호는 2009회계연도 상반기 감사보고서(2009.12.21~2010.6.30)에서 영업이익 1억3485만원,매출액 2억7347만원, 당기순이익은 1억148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반기중 국내증시에 상장된 나머지 8개 스팩이 모두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래에셋 스팩은 앞서 제출한 제1기 분기보고서(2009.12.21~2010.3.31)에서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713만1473원으로 집계했다.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 공모자금의 95%(190억원)에 따른 이자수익(6042만원) 등도 영업활동으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다른 스팩보다 앞서 상장한 덕분에 공모금 예탁기간도 길었다"며 "이로 얻은 이자수익도 영업수익의 일환으로 보고 매출에 계상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금융투자회사의 경우 보통 이자수익을 영업수익으로 보고 있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일반투자자가 각기 다른 기준으로 계상된 영업이익을 객관적인 기업가치 비교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 오해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다. 

권성수 한국회계기준원 실장은 "스팩도 금융투자회사로 분류돼 있어 이자수익을 영업수익에 포함시키는 행위가 법률상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스팩이 특수목적 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합병외 영업활동에 따른 수익을 영업수익으로 볼 것이냐 하는 판단은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스팩 출범 이후 별도의 회계지침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비교적 단순한 사업구조를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각 계정항목에 대한 논의나 검토가 진행되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자수익을 영업외 수익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한 스팩 관련 실무자는 "스팩 제도가 양성적인 기업 인수를 유도하기 위해 시행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요사업 내용이 아닌 이자수익을 매출(영업수익)에 포함하는 것은 다소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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