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소영 기자) ‘한국 관광’이 변했다. 관광 환경이 변했고 관광객도 변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은 ‘쇼핑천국’으로 탈바꿈 했다. 한류의 영향과 한국 기업의 선전으로 화장품·의류 등 패션용품을 위주로 한 한국산 제품이 해외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
쇼핑 열풍의 주역은 단연 중국인 관광객.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중국인 관광객은 ‘돈’이 안 된다던 업계의 불평이 무색할 지경이다.
지난 1992년 수교 후 한·중 관광교류, 특히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92년 당시 8만6865 명에 불과하던 한국 방문 중국인수는 작년 130만 명을 돌파했다. 18년 만에 14배 증가한 셈이다.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경비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94년 중국인 1인당 평균 한국 여행경비는 476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작년 중국인 관광객 1명이 한국에서 사용한 평균 여행경비는 1558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여행경비 총액이 아니라 지출 비율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회 한국 관광에서 500달러 이하를 지출한 외래객 비율은 약 23.2%. 반면 500달러 이하를 지출한 중국인 관광객 비율은 17.9%에 그쳤다.
또한 2000달러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인 관광객 비율은 외래객 평균(16.1%)을 훨씬 웃도는 25.4%나 됐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또 다른 특징은 여행경비 중 쇼핑비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 관광공사의 자체 조사결과 중국인은 총 여행경비 중 절반 이상을 쇼핑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국 상품은 화장품(59.6%)·의류(43%)·인삼 및 한약재(32%)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업계 관련자들은 중국인들의 ‘한국 방문’ 자체 보다 그 이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한국여행 만족도는 보편적으로 낮기 때문.
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을 방문한 해외방문객의 평균 만족도는 4.12. 중국인의 만족도는 그 보다 낮은 3.97에 그쳤다.
한국 재방문 의사와 타인 추천 의향도 조사에서도 중국인은 낮은 평가를 내렸다. 72.2%의 한국 방문 외래객이 재방문 의사를 밝히고, 81.0%가 타인에게 한국을 추천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인의 경우 71.2% 만이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밝혔고, 타인에게 한국을 추천하고 싶다는 비율도 75.4%에 그쳤다.
중국인의 한국 여행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쇼핑 외에는 별다른 매력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광활한 영토에 다양한 기후대가 걸쳐있는 중국에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관광지가 많은데다,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부분이 많아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관광지에 깊은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음식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중국인에게 한국 음식은 너무 단조로울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인 관광객의 음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외식업계의 메뉴를 다양화 하고, 보다 많은 한식을 소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체험활동 등 여행 프로그램 내용을 강화해 사뭇 지루해질 수 있는 관광지 여행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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