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정부가 23일 발표한 ‘일자리 창출·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2010년 세제개편안’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는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0년 세제개편안에 대해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고 세원투명성 제고 등을 통한 세입기반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0년 세제개편안을 살펴보면 재정건전성 회복의 핵심인 부자감세에 대해선 전혀 손을 대지 않았고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도 어차피 없어질 비과세·감면 제도들의 일몰기한을 연장하지 않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소득·법인세 세율 인하 현행 유지키로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는 그동안 ’부자감세’라는 비판이 가장 강하게 제기됐던 소득세와 법인세 세율 인하가 그대로 유지됐다.
현행 소득세법 제55조에 따르면 2010년 1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1일까지의 기간에 발생하는 소득분에 대해선 종합소득과세표준이 1200만원 이하인 경우 6%의 세율이, 1200만원 초과 4600만원 이하이면 15%,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이면 24%, 8800만원 초과이면 35%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2012년 1월 1일 이후 발생하는 소득분에 대해선 88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세율이 33%로 낮아진다.
돈을 적게 번 사람으로부터는 세금을 그대로 거두면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의 세금은 깎아주는 것이다.
또한 현행 법인세법 제55조에 따르면 2010년 1월 1일부터 2011년 12월 31일까지의 기간 중에 사업연도가 개시되는 경우에는 과세표준이 2억원 이하이면 10%의 세율이, 2억원을 초과하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2012년 1월 1일 이후 사업연도가 개시되는 경우에는 과세표준이 2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세율이 20%로 낮아진다. 이 조항대로라면 돈을 많이 벌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세금은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에 돈을 많이 번 대기업들의 세금은 깎인다.
최근 정부가 정책기조를 기존의 대기업 중심에서 서민·중소기업 중심으로 급선회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 2012년 1월 1일 이후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하는 것이 철회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을 현행법에서 예정된 대로 인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김진욱 조세개혁센터 간사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선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며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인하와 같은 부자감세 기조의 전환 없이는 재정적자를 해결하지 못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차피 없어질 비과세·감면 제도 폐지
정부는 2010년 세제개편안에서 16개의 비과세·감면 제도를 폐지하고 3개는 범위 등을 축소할 것임을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폐지하겠다고 한 비과세·감면 제도들이 모두 어차피 올해 말까지만 시행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는 일몰기한이 오는 12월 31일로 내년부터는 시행되지 않을 예정이었다.
더구나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일몰기한을 연장하지 않는 대신에 오는 2011년 1월1일 이후 투자하는 분부터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에 따른 세수증대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정부가 폐지할 것이라고 밝힌 수입금액 증가 세액공제 제도, 장기보유주식 배당소득 과세특례 제도 등도 오는 12월 31일이 일몰기한이었다.
이에 따라 비과세·감면 제도들의 폐지가 재정건전성 강화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송재영 민생희망본부장은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대기업들의 법인세 등의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 본부장은 “법인세와 소득세의 높은 과세표준 구간에 대해 세율을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리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수증대 규모 1조9000억원으로 축소
정부는 2010년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1조9000억원의 세수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폐지(1조5000억원), 지역특구·외국인 투자기업 세제지원 총액한도 신설(1300억원) 등으로 오는 2015년까지 1조9000억원의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 증대 규모 10조5000억원에 비해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25일 발표한 2009년 세제개편안에서 “R&D 지원 등에 따른 세수감소 요인과 비과세·감면 폐지 등에 따른 세수증가 요인을 감안한 순세수 증가는 10조5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논평에서 “세수증대 내용이 대기업의 반발에 밀려 다시 일몰을 연장한, 진작 끝났어야 할 감면 제도인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일몰종료가 가장 큰 부분"이라면서 "재정건전성 문제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정부 주영섭 세제실장은 “세수가 증가하고 감면을 많이 줄인 것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새로 도입하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에 대해서도 대기업들에 세액공제 혜택이 집중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사람을 고용할 때마다 1000만원까지 세액을 공제하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많은 인력을 한꺼번에 고용하는 대기업들이 세액공제 혜택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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