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 2, 3세의 교육에 책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지난 10년간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해 세계 32개국 동포들에게 68만여 권의 책을 보내 동포 2, 3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국민운동을 벌여온 손석우(65) 해외동포 책보내기운동협의회 이사장은 "발송 일정에 한 번도 차질을 빚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며 그간의 활동에 대해 소상히 털어놨다.
손 이사장은 10년에 걸쳐 진행된 '책 보내기 운동'의 1단계 계획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도서나 CD 등 문화예술 자료를 마음껏 보내주지 못한 게 아쉽다"며 "동포사회와 모국 간 동질성 유지나 회복을 위해 양서보급 등 범국민운동이 한층 확산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반복해 역설했다.
손 이사장은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 홍보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0년 브라질 상파울루를 방문했다 현지 도서관과 학교에 한국 관련 서적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책 보내기 운동을 구상하게 됐다.
그는 귀국 후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규합했으나 여의치 않자 자비로 어린이 동화, 한국을 빛낸 위인전, 한글 익히기 등의 책을 사들이고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6000권을 모아 2001년 4월 상파울루 한국학교에 처음 발송했고 두 달 뒤 8000권을 추가로 보냈다.
이어 같은 해 7월 7천권을 모아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과 현지 한인회에 제공했고 10월에는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과 한국학교에 1만7000권, 12월 말에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5100권, 러시아 총영사관 3600권, 카자흐스탄 고려인학교 2200권 등을 보냈다.
손 이사장은 점차 늘어나는 책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대학교, 서울 강남구청, 다이니폰스크린코리아(주)를 비롯한 민.관 단체, 기업 등과 협력해 책 모으기 운동을 벌이면서 사무국 직원들과 거리에 나가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며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중앙과 지방언론사와 공동으로 책 모으기 운동을 전개, 문화계, 정.재계, 학계 등 각계 인사들로부터도 적잖은 도서 상품권을 지원받았다.
짧은 시기에 막대한 규모의 양서들을 구해 마다가스카르, 카메룬, 말라위, 아제르바이잔, 라오스 등지의 한인학교와 재외공관 등에 책을 발송하게 되자 국내 언론들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손 이사장은 그러나 재정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16일 라오스 한인학교에 5000권을 보내는 등 제100차 발송작업을 끝으로 양서보급 운동을 접을 생각이었다. 대부분 자원봉사로 진행돼 온 사업을 더 진행할 형편이 못됐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서울 서초동의 사무실을 무료로 임대해 준 이필우 전 의원 등 독지가들의 격려와 주로 오지 지역의 동포들로부터 책을 보내달라는 아우성을 끝내 모른 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오는 2012년 총선에서 처음 시행되는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를 앞두고 동포들에게 우리 말과 글, 문화, 역사 등에 대한 학습 기회를 늘려주기 위해서라도 한글 책자와 문화상품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내줘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내달 시작되는 2단계 운동에서는 그간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동안 '꼭 필요한 곳'보다는 '가급적 많은 지역'에 책을 보내다 보니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사후 관리를 못 한 곳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연합뉴스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