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건설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겪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해야할 건설사들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반면 일부 채권단은 기업의 부실을 털어내고 좀 더 튼튼한 회사를 만들기에 힘쓰기보다는 자신들이 빌려준 '돈'을 받아가는데만 급급해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워크아웃 중인 월드건설은 지난해 12월 핵심자산 중 하나인 '사이판 월드리조트'를 한화리조트에 팔았다.
월드리조트는 지난 2008년 매출이 2000만 달러에 영업이익만 300만 달러를 기록할 정도로 알짜 자산이었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헐값에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매각대금 전부가 신한은행·국민은행 등 채권단이 대출금 반환용으로 모두 챙기는 바람에 월드건설 직원들은 매각대금을 구경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채권단은 지난 4월 494억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했지만 이 돈도 결국 채권단의 자체 자금이라기 보다는 기존에 월드건설이 가지고 있던 자산을 팔아서 마련된 셈이다.
월드건설은 워크아웃 실시이후 전 직원의 50%이상이 회사를 떠나야 했고, 남아있는 직원의 월급도 크게 깎였다.
워크아웃 중인 다른 건설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경남기업은 지난해 1월 워크아웃 개시가 결정된 이후, 같은해 5월 채권단과 기업회생에 관한 약정(MOU)를 체결한 이후, 팔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팔았다. 채권단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산 매각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의 니켈광산 지분, 서울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랜드마크타워 '서울라이트'와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중심상업용지의 시공권, 광주광역시 수완지구 최대 규모의 '수완에너지 열병합발전소 지분 등은 팔기 아까웠던 알짜자산이다.
우림건설도 최근 인천 송림6구역 재개발 및 안산 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는 등 빠른 회복속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경기 용인 동진원 프로젝트 등 주요 사업권을 다른 건설사에 넘겨줘야만 했다.
이들 회사들도 월드건설과 마찬가지로 알짜 자산과 사업권을 넘겨주고도 매각 대금 한푼 만져보지 못한채 고스란히 채권단에 받쳐야 했다.
지난 6월 3차 구조조정 대상업체에 포함된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욱 비참하다. 채권단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의 내용을 포함한 경영정상화 이행약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경영자금지원을 아예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현대시멘트와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간 성우종합건설은 이미 상당수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남광토건도 C등급(워크아웃)으로 분류된 이후 직원 월급이 계속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C등급을 받았던 청구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7월 결국 최종 부도처리됐다.
한 워크아웃 건설사 관계자는 "알짜 자산을 회사가 어렵다고 전부 팔아버리면 빚을 전부 갚고 경영정상화를 이룬다하더라도 성장 잠재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죽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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