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투자자들은 최근 10년 사이 두번의 투자자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낭패를 봤다. 기술주 열풍을 나았던 닷컴버블과 부동산버블이 그것이다. 문제의 두번의 거품 붕괴를 경험하고도 특정 자산에 대한 쏠림ㆍ과열현상은 여전하다는 점이다.
투자자산 버블 전문가인 디디에 소네트 스위스연방공대 교수는 "금리가 낮고 투자수익이 적을 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쏠리게 마련인데 이 때가 거품이 생기기 딱 좋은 때"라며 "현재 거품이 끼어있는 투자자산이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9월 6일자 최신호에서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투자자산들의 거품여부를 진단, 거품이 우려되는 투자처 5곳을 꼽았다.
상하이종합지수 추이(출처:CNN머니) |
10여년간 고속성장한 중국 경제는 13억 인구를 빈곤에서 구제했다. 먹고 살만해진 중국인들은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고 그 결과 지난 15년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무려 300% 가까이 올랐다.
하지만 대규모 건설과 같은 투자를 통해 성장한 중국 경제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지난해 중국 은행들의 신규대출 규모는 전년에 비해 두배나 급증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9%에 달하는 액수다. 최근 들어 기세가 크게 꺾였지만 한동안 급등한 부동산가격도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경제에 끼어 있던 거품에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1년새 10% 가까이 추락했고 지난달 구매관리자지수(PMI)는 17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위기감을 느낀 중국인민은행도 최근 대출 규제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10년 만기 美 국채 수익률 추이(출처:CNN머니) |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미 국채가 유럽 재정위기의 불을 댕긴 그리스의 국채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공급이 늘어난다고 가격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미 국채 가격은 올 들어 14% 올랐는데 미 정부는 지난 2년간 무려 3조3000억 달러 어치의 국채를 발행했다. 더글라스 놀랜드 페더레이티드푸르던트베어펀드 펀드매니저는 "거품은 대출에 제한이 없을 때 생기는데 미국이 처한 상황이 그렇다"고 말했다.
포춘은 그러나 아직은 미 국채시장에 거품이 끼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의 공공부채는 GDP의 40%에 상당하는 데 이코노미스트들은 부채 규모가 GDP의 90%에 달해야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공공부채가 GDP의 90% 수준에 달하려면 9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 추이(단위:100만BTU당 달러/출처:CNN머니) |
지하의 셰일층은 미국이 45년간 쓸 수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돼 대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셰일가스개발업체인 레인지리소시스와 사우스웨스턴에너지 주가는 지난 5년간 각각 72%, 160% 올랐다.
그러나 천연가스 가격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대했던 투자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100만BTU(1BTU= 252㎈)당 4.30 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 셰일가스 개발로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 하락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데 대한 비난여론도 들끓고 있다. 일부 셰일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뉴욕시 당국은 최근 셰일가스 시추를 일시중단했다. 이런 악재 속에서도 레인지리소시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5배로 10배 안팎에 불과한 일반 가스업체보다 월등히 높다.
파델 가이트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는 "모든 투자자들이 가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는데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면화 가격 추이(단위:파운드당 달러/출처:CNN머니) |
면화 가격은 지난해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이후 최근 파운드당 80 센트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면화의 수요는 늘었지만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면화 생산량은 1220만베일(1베일=226㎏)로 최근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2년간 이어진 면화 가격 상승세는 면화 재배농가에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을 줬다. 조만간 생산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 농무부(USDA)는 올해 미국의 면화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50% 늘어난 1860만베일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섀런 존슨 퍼스트캐피털그룹 애널리스트는 "지난 10년간 면화는 파운드당 평균 50 센트에 거래됐다"며 "80 센트가 넘는 가격은 장기간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금 가격 추이(단위:온스당 달러/출처:CNN머니) |
최근 승승장구하고 있는 금도 대표적인 거품자산으로 꼽혔다. 지난 5년간 금값은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오며 150% 뛰었다. 그 사이 금융위기 이후 풀린 경기부양 자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소액 투자자들도 잇따라 금시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물가상승세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물가 상승세는 한동안 제한될 전망이다.
그 결과 금값은 이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만 6% 내린 금값은 최근 온스당 1160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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