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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와 이슬람의 조화…인도판 만리장성 암베르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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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8-2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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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신들의 나라 인도. 11억 5000만 명의 인구와 다양한 인종, 그리고 힌두어 등 18개의 언어가 뒤섞여 독특한 문화가 공존하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인도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 4계급의 카스트제도로 우리에게는 아직 개발도상국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최근 IT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대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델리를 중심으로 남동쪽의 아그라와 남서쪽 성벽도시 자이푸르를 연결하는 여행코스를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른다. 인도의 참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골든트라이앵글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 '핑크 도시' 자이푸르

자이푸르(Jaipur)는 델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266㎞ 떨어진 라자스탄(Rajasthan)의 주도다. 광대한 타르사막을 끼고 있는 라자스탄은 크샤트리아(무사 계급)의 고장이다.

기사들의 무용담과 그들의 기사도에 얽힌 전설, 아름다운 여성과 용감한 기사에 관한 전설의 고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7개의 문으로 통하는 성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자이푸르는 인도어로 ‘승리의 도시’라는 뜻이다.

자이푸르는 ‘핑크 시티’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인 1876년 이 지역을 다스리던 마하라자 자이 싱 2세가 웨일스의 에드워드 7세 왕자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뜻에서 모든 건물을 분홍색 석재로 짓도록 법제화했다고 한다.

지금도 연분홍빛으로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거대한 성과 궁전, 사원과 정원이 그대로 남아있다.자이푸르의 첫 인상은 웅장한 궁전과 원색의 시장 그리고 도시를 감시하는 듯 내려다보는 성들이 마치 중세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거리는 은장식품으로 온 몸을 치장하고 빨강·노랑·자홍색의 베일과 스커트 차림의 우아한 여성들과 커다란 터번을 머리에 두른 남성들, 낙타가 끄는 비틀거리는 짐수레, 자전거 인력거와 비슷한 릭샤와 자동차 등이 한데 어우러져 시끌벅적하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보기와는 다르게 자이푸르의 역사는 그렇게 깊지 않다. 1727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도시가 세워졌으니 채 300년이 되지 않았다. 무굴 제국에 당당하게 맞서던 사와이 자이 싱(Jai Singh)2세가 인도 풍수 원리에 입각해 바둑판 모양의 계획도시를 세운 후, 자신을 이름을 따 자이푸르라고 정했다.

구시가지 한가운데에는 ‘바람의 궁전’ 하와마할(Hawa Mahal)이 있다.

후궁들의 궁전인 핑크빛 하와마할은 자이푸르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다른 건축물에 비해 특별히 호화로운 것은 아니지만 1000여개에 가까운 창틀의 정교하고 화사한 장식이 아름다운 테라스형 궁전이다. 평생을 외부와 단절된 삶을 이어왔던 여왕과 왕실의 부인들이 이 창문을 통해 거리의 사람들과 경축행렬을 즐겼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셈이다. 하와마할 뒤편에는 자이푸르의 왕들이 거주했던 '시티 팰리스(City Palace)'가 있다.

시티 팰레스는 무굴 건축양식과 라자스타니 건축양식의 혼합체다. 7층짜리 건물로 현재 궁전의 일부는 자이푸르 왕가의 물건들을 전시, 보관하는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접견실로 쓰이던 곳엔 미술품 및 고서들이 진열되어 있다.

특히 루비·유리·금 등을 갈아 만든 물감으로 그린 정밀한 세밀화는 색다른 볼거리다. 병기 소장품 중에는 손잡이가 수정으로 된 황금 단도, 보석으로 아로새겨진 의식용 검 등도 전시돼 있다.
왕의 접견실로 이용되었던 디와네카스 앞에는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큰 은 항아리가 자리 잡고 있다.
뛰어난 천문학자이기도 했던 자이싱 2세는 자신의 궁전에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라는 천문대를 건립했다. 벽돌과 몰타르로 이루어진 잔타르 마타르는 지금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다. 27m 높이의 바늘이 있는 해시계는 지금도 오차가 20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해시계 바늘의 그림자는 시간당 최대 4m 정도 움직인다고 한다. 별자리 계측기, 자오선의, 천체 경위 등이 잘 보존돼 있다. 별자리를 통해 일월식과 날씨도 점쳤다고 한다.

자이푸르는 보석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특히 하와마할 근처의 조하리 바자르는 보석시장으로 유명하다. 에메랄드·자수정·황수정 등은 최고의 품질로 대접받는다.

자이푸르 왕국의 옛 수도인 암베르 성(Amber Fort)은 시내에서 11㎞쯤 떨어진 바위산 기슭에 있다. 붉은 사암과 하얀 대리석으로 힌두양식과 이슬람양식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행객들은 도로에서 성까지 주로 코끼리를 타고 오른다. 성 주변에 수로가 있어 멀리서 보면 성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덕을 따라 굽이치며 이어지는 성벽 곳곳에는 다양한 모양의 누각들이 즐비하다.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다. 마치 중국의 만리장성을 보는 듯하다.

성안으로 들어가면 비례와 균형의 미를 최대한 살린 정원이 나온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들로 화사하게 단장하는 정원은 인도 조경기술의 백미다. 궁전으로 통하는 하얀 대리석 계단을 지나면 수많은 보석과 거울로 벽면과 천장을 꽃밭으로 치장한 왕과 왕비들의 침실이 나타난다.

한 개의 촛불이 반사돼 수 천 개의 촛불로 변하며 환상적인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거울궁전’ 쉬쉬마할(Sheesh Mahal)은 장관이다.

성 아래 인공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창문은 다각형과 별 모양이 기하학적인 대칭을 이루고 있다. 하나의 석판으로 조각한 것이라는 설명에 그저 감탄사만 연발이다. 

happyyh6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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