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날 오전에 있었던 기자설명회에서 김상범 서울시 경영기획실장은 지하철 요금 인상안을 밝혔다. 그런데, 불과 5시간 만에 "실국에서는 지하철 요금 인상과 관련한 논의를 벌인 적이 없으며, 인상에 대한 것은 순전히 사견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브리핑룸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차라리 '언젠가는 인상을 하겠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결정나지 않았으니 시기만을 정정해 달라'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힐난의 목소리가 거셌다.
이는 서울시의 운영 실패를 인정하는 자리에서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의 적자운영을 보전하기 위해 요금인상도 검토하고 있다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말 바꾸기였다. 실상이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운영실패를 시민들에게 떠넘긴다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충분했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지하철 요금 인상 문제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가 공급 중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매년 1만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당장 올해에도 약속한 1만244가구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 실국의 입장이다. 또 조만간 서울시는 하반기 공급계획 수정에 대한 발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언젠가는 발표하겠지만 자청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지는 않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서울시 기자실에서는 최근 들어 '포괄적 엠바고'라는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엠바고란 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뜻하는 매스컴 용어다. 그런데 포괄적 엠바고는 기존의 의미와는 상당히 다르다. '포괄적'이란 것은 한 마디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셈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 같이 말했다. 서울시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시의회가 '여소야대' 상황에서 그동안 덮어뒀던 일들이 어디서 어떤 식으로 터질 지 모른다는 얘기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만 할 것인지, 잘못된 것은 스스로 인정하고 더 나은 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인지는 잘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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