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사람이 나고 죽고 유명 연예인이 뜨고 지듯, 은행 상품도 출시와 폐기가 무한 반복된다.
은행 상품이 무덤에 묻히는 것은 은행의 목표와 시대의 트렌드 등 제각각의 여러 사연을 안고 있다. 과연 은행 상품이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 인기가 너무 좋아 '단명'하는 상품들
은행 상품이 사라지면 일반적으로 해당 상품의 인기가 없거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다. 은행은 제조업과는 달리 '돈'을 상품으로 팔기 때문에 가격(금리)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때문에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은행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며, 은행 입장에서는 해당 상품을 장기간 판매할 이유가 사라진다.
특히 은행 간, 금융업권 간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출시되는 상품들은 여수신 확대, 시장선점 등의 특정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명이 더욱 짧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7월 23일 판매가 중단된 우리은행의 'AMA+ 통장'.
이 상품은 지난해 4월 우리은행이 증권사 CMA에 대응해 출시한 월급통장이다. 최고 연 4.1%의 이자에 송금·이체 등 거래수수료 면제, 연관 상품 가입시 추가 혜택과 같은 파격적인 서비스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덕분에 출시 1년 3개월 만에 77만6000좌, 1조7600억원 유치라는 화려한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서둘러 이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경쟁 상대인 CMA가 예상 밖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상품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며 AMA+를 대신해 '우리통장' 시리즈를 대체 출시했다. 하지만 AMA+에 비해 부족한 높은 실적을 올리진 못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탑스(Tops) 직장인플랜저축예금'도 과도한 인기가 수명 단축을 부른 대표적인 경우다.
이 상품은 지난달 26일 상품 판매가 종료됐다. 종료 시점의 실적은 227만좌, 2조2941억원. 상품 출시가 8년이나 지난 데다 인기가 높았다는 것이 폐기의 이유다.
이 밖에 외환은행이 '2010기업파트너론'이 한도를 2조원으로 늘렸음에도 줄시 반년 만에 한도가 소진돼 판매가 마감되기도 했다.
◆ 유행·이슈·트렌드 변화로 퇴장하는 상품들
은행들이 유행이나 중요 이슈, 트렌드를 쫓아 만든 상품들도 단명하기 일쑤다. 해당 이슈가 잦아들면 상품 판매도 자연히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국민은행의 마케팅 상품인 '연아사랑적금'이다.
피겨스케이터인 김연아 선수가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추가금리를 제공하는 이 상품은 지난해 5월 7일 출시돼 1년여 만인 지난 5월 31일 판매가 끝났다.
상품 판매 시기동안 김연아 선수가 동계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따는 등 대박을 내며 1년 동안 41만좌, 1조2839억원 어치를 팔았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2004년 출시한 '고구려지킴이통장'도 지난 5월 판매가 끝났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국민들의 고구려 역사 인식이 높아져 출시한 이 상품은 이슈가 사그라지며 지난 5월 14일 판매가 끝났다. 종료시점 실적은 1700좌, 32억원에 불과했다.
기업은행이 지역사회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내놓은 '내고장힘' 통장도 같은 시기에 5만3000좌, 810억원 실적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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