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세계거래소연맹(WFE)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ELW 일평균 거래대금은 홍콩이 19억3136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 14억9739만달러, 독일 2억4258만달러, 유럽 1억2405만달러, 스위스 1억1831만달러 등 순이다.
거래대금 기준으로 한국은 도입 5년만에 홍콩에 이어 세계시장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성장의 배경으로는 높은 레버리지를 선호하는 국내투자자들의 투자성향이 주로 지목된다.
지난 한달간 ELW시장 거래 비중을 보면 개인투자자가 53.81%로 가장 높고, 국가와 지자체를 포함한 기관이 43.94%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1.55%로 비중이 낮은편이다.
ELW시장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하루만에도 몇 십% 이상의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으로 여겨진다.
이날 수익률 100%를 기록한 8종목은 전일 종가 5원에서 10원으로 두배 오른 종목들이다. 호가단위가 5원인 ELW종목의 최저가인 5원에서 한틱만 올라도 두배를 벌 수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을 현혹하기도 쉬운 시장인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 종목은 행사가격이 터무니 없이 높은 종목들이다. LG디스플레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신한0324엘지디스콜'은 현재 기초자산의 가격(3만4500원) 보다 행사가격이 50%가량 높은 5만2000원으로 설정됐다.
전환비율이 0.1이므로 이 종목 10주를 매수했다고 가정하면, 만기일 직전 LG디스플레이의 5일 평균 종가가 행사가인 5만2000원보다 낮다면 권리를 행사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옵션의 성격을 띄고 있는 구조다.
그러나 만기일인 10월 14일까지 LG디스플레이 기초자산이 50%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외각격 상태에서 ELW 내재가치는 제로이기 때문에 시간가치로만 구성돼 매우 저렴해진다. ELW의 가격이 싸지면서 레버리지가 극대화 되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 ELW 종목은 대부분 만기가 가까워올수록 시간가치로만 구성돼 외가격 상태로 종결되는 종목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ELW 발행사들은 종목을 많이 팔기 위해 레버리지를 높히려는 경향이 있다. 이에, 기초자산 가격이 내가격 상태에 이르게 되면 추가발행으로 대응하며 레버리지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투자자들이 싼 종목을 선호하기 때문에 발행사들은 패리티 90정도의 수준에 맞춰 외가격 상태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안내책자를 통해 이런 외가격 상태에서는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초자산의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해당 기초자산은 현물시장에서 오르고 있는데도 해당 종목의 ELW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 경우다. 외가격 상태에서는 기초자산의 가격과 상관성이 극히 희박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이날 현재가가 5원에서 거래되고 있는 246개 종목에서 거래량이 하나도 없는 종목은 209개 종목이다. 대부분의 외가격 상태 종목들이 이처럼 거래량이 거의 없어 초보 투자자들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거래량이 극도로 적으면 가격의 왜곡이 더욱 용이해져 시세조종으로 증권 가격을 왜곡시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ELW시장의 비합리성은 더욱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보다 선진 시장인 홍콩시장에서도 발행자에 의해 인위적으로 가격이 조작된다는 논쟁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은 ELW가격이 실제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이 통용되고 종용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시장효율성(Market efficiency)'의 문제다. 가격에 대한 투자자들의 예측과 합리적 가격 결정이 선행돼야만 국내 증권파생상품 시장의 성장도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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