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도란도란] MB정부 부동산 '신중모드'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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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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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우리나라 부동산 대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67년 발표된 '부동산투기억제에 관한 특별조치법'이었다.

당시 제3한강교 건설로 촉발된 강남 말죽거리(현 양재역 부근)의 땅 투기열풍은 1966년 초 평당 200~400원이던 땅 값을 1968년 평당 6000원까지 끌어올렸다. 정부는 서울과 부산에서 부동산 양도때 는 무조건 차액의 50%를 '부동산 투기 억제세'로 매겼다.

그 이후 나온 부동산 대책은 주요 대책만 해도 약 70회에 달한다. 투기억제 및 가격안정대책이 주를 이룬다. 부동산 규제완화를 통한 경기활성화 대책, 임대주택 확대 등 서민주거대책이 그 뒤를 이었다.

대부분이 가격이 급등하면 규제를 강화하고, 거래가 안되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땜방식 정책이었다. 이렇다보니 각종 대책들이 제대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그때그때 임기응변식 처방이어서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MB정부 들어 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대책이 두번 있었다. 주택대출 규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론이 그것이다.

취임 초 세제 등 각종 규제완화 정책에도 냉각되기만 하던 시장은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에 따른 여파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일부지역 중심으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경제상황이 나아지면 집값이 급등할까 두려워한 정부는 서둘러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발표했다. 2009년 8월 나온 '8·27대책'으로 2018년까지 전국에 공공분양주택 등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연이어 정부는 경제상황 호전의 부작용을 우려해 주택대출도 규제했다. 같은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친 주택대출 규제책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투기지역인 강남3구는 40%, 이외 서울 지역은 50%, 수도권은 60%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두 대책은 큰 효과를 발휘했다. DTI 규제 이후 수도권 집값은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접어들었고,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시작한 후 거래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효과가 크긴 컸지만 결과적으로는 역효과였다. 경기회복 흐름, 특히 부동산 회복 속도보다 규제대책이 먼저 나오다보니 냉각상태에서 조금씩 녹으려던 부동산이 더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에 중점을 두고 시장을 바라본 정부가 판단 '미스'를 했다고 분석했다. 실물경제인 부동산은 산업 등 다른 경제와는 달리 시장회복 속도가 더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도 이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으려던 정부는 신중모드로 돌아서 대책발표를 연기했다. 자칫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다가는 시장에 잘못된 안내자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차례의 경험이 신중을 기하게 만들었다.

정부가 이번 주말 DTI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전에 내놓은 두 번의 대책을 어느 정도 없던 일로 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에 밀린 땜방식 대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뿐이다. 절반의 임기를 마친 MB정부의 신중한 모습이 이번 대책에서 엿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js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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