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손고운 기자) #)평촌에 사는 건설사 대표 A씨(50, 남)는 지난 2007년 지인에게 소개받은 독립법인대리점(GA) 소속 보험설계사 B씨에게 자신과 부인, 자녀의 명의로 월 보험료(일시납 포함) 1억원 규모의 PCA생명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고혈압을 앓고 있었지만 혈압약 복용 후 건강진단을 받으면 보험사에 알리지 않아도 된다는 설계사의 말만 믿고 계약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뉴욕생명으로 옮긴 B씨의 권유로 뉴욕생명 변액보험에 다시 가입했지만 해지된 줄 알았던 기존 PCA생명 상품의 보험료도 계속 지출되고 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담당자는 과거 사례를 근거로 계약 해지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29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기면서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 회사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종용하는 '승환계약'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 이중 차감 및 보장 제한 등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고객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또 고객이 고지한 내용을 보험사에 알리지 않거나 계약서에 대신 서명하는 등 불법 행위까지 횡행하고 있다.
보험사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적 쌓기에 급급해 눈을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외면하고 있다.
B씨가 소속돼 있는 뉴욕생명의 한 지점장은 설계사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2억원 이상의 거액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A씨에게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서명이 설계사에 의해 날조됐다는 A씨의 민원에 대해 뉴욕생명 측은 "계약 당시 콜센터에서 전화로 확인한 결과, 청약서와 상품설명서를 고객이 직접 확인한 후 자필서명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험사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소비자 보호는 뒷전인 금융당국의 행태에도 비난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A씨가 제기한 분쟁조정 건에 대해 증빙자료를 검토하지도 않고 기존 판례를 근거로 계약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소비자 보호 강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막상 분쟁이 발생하면 약자인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콜센터를 통해 자필서명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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