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가격 안정'과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참여정부 때는 고삐 풀린 듯 치솟는 집값을 잡느라 반시장적인 정책이라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묶는 데' 치중했다면 현 정부는 그 후유증으로 꽉 막힌 거래를 터주고 쌓여가는 미분양 주택을 줄이려 각종 규제를 `푸는 데' 치중했다.
급등하던 부동산 시장은 2007년 참여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 집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수요가 끊겨 2007년 말부터 거래 시장은 얼어붙었고 주택은 팔리지 않고 쌓여갔다.
2008년 3월 말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13만2천가구로 연초보다 2만가구 늘어나면서 1998년 IMF 외환위기 때보다 3만가구를 웃돌았고, 이 중 83%(10만9천가구)가 지방에 집중됐다.
새 정부 들어 가장 먼저 나온 대책이 지방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한 6.11대책이다.
2009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지방 비투기지역의 미분양 주택에 대해 취.등록세를 50% 깎아주고 양도세가 면제되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의 중복 보유 허용기간도 1년에서 2년으로 완화해주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70%로 상향조정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
그럼에도 지방 미분양 주택은 줄어들지 않고 각종 건설 관련 지표가 빨간 불을 보이자 8.21대책이 나왔다.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을 2회에서 1회로 줄이고 2종 주거지역의 층수를 높여주는 한편 인천검단 및 오산세교 지구를 신도시급으로 확대하고 수도권 전매제한 기간을 5~10년에서 1~7년으로 줄이며 지방 미분양 주택을 환매조건부로 사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가장 잘 드러난 대책은 2008년 9월19일 발표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도심 공급 활성화 및 보금자리주택 건설 방안'이다.
도시 외곽 신도시 개발, 임대주택 100만가구 건설 등 참여정부의 서민 주거안정 대책이 무주택 서민에게도 도심 안팎의 저렴한 주택을 소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면서 `보금자리주택'이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됐다.
이를 위해 수도권 그린벨트 100㎢가량을 풀고 120조원을 투입해 10년간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를 짓는 등 500만가구(수도권 300만가구)를 공급함으로써 주택보급률을 99.3%에서 107.1%로 높인다는 게 핵심이다.
보금자리주택은 공공분양 70만가구, 공공임대 30만가구 등으로, 무주택 서민과 근로자,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등에 사전예약 방식으로 공급된다.
그러나 미분양 주택이 7월 말 16만1천가구로 1993년 집계 이후 최대치에 달하고 실거래가격이 2006년 말 고점과 비교해 15~20% 떨어지면서 건설사 자금 압박이 가중되자 한 달 뒤 10.21대책이 나온다.
건설업체들로부터 주택용지와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는데 6조3천억원을 투입하고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선별적으로 해제하되 부실 건설사를 퇴출시키는 등의 구조조정 방안이 들어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총 14조원을 동원하는 내용의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을 마련해 11월3일 발표했다.
부동산 대책으로 170~250%로 묶였던 재건축 용적률 제한을 법적 한도(300%)까지 허용하고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강남3구를 빼고 전부 풀었으며 전국 토지투기지역도 모두 해제했다.
거의 모든 규제가 풀리고 부동산 가격도 소폭 등락을 거듭하자 눈에 띄는 별다른 대책은 지난해 8월23일의 `전세시장 안정대책'까지 없었다.
전세시장 안정대책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전세시장 불안이 확산되자 주택 공급을 늘리려 단지형 다세대, 원룸 주택 등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이 활성화될 수 있게 주차장, 진입도로 등의 건설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사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토부는 이어 같은 달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주택 정책'의 후속 조치를 마련해 발표했다.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2012년까지 12만가구로 예정됐던 그린벨트 내 물량을 32만가구로 늘리고, 위례신도시 아파트 중 2만2천가구를 보금자리용으로 배정하는 등 이 대통령 임기 내에 60만가구(애초 40만가구)를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부작용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 9월7일 투기지역인 강남 3구로 제한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해 서울은 50%(강남 3구는 40~50%), 인천.경기 지역은 60%를 적용한 데 이어 10월부터는 제2금융권으로도 넓혔다.
각종 금융 완화 정책으로 확대된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려 가계대출이 부실화하는 현상을 초래하지 않겠다는 의도였지만 이는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주택 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어 정부가 11만6천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주택을 대한주택보증이 3조원을 들여 환매조건부로 2만가구 사들이는 등의 방법으로 4만가구 줄이겠다며 내놓은 대책이 지난 4월23일의 `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이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주택 입주예정일이 지나고도 이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보유한 주택(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투기지역 제외)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 2억원 내에서 국민주택기금을 빌려주거나 DTI(총부채상환비율) 한도를 초과해 대출해주는 것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들은 꽁꽁 얼어붙은 주택수요를 되살리는데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급기야 정부는 8.29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이번 대책으로 DTI 규제는 논란 끝에 1년 만에 수도권 전체 가구의 91%에 달하는 무주택 또는 1가구 1주택자에 일시적으로나마 풀리게 됐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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