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형 랩 수익률 하락에 증권사 난색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국내 증시하락으로 인해 자문형 랩 수익률이 급락하면서 증권사들이 당황하고 있다.

자문형 랩의 폭발적인 인기에 편승해 고수익 실적을 자랑해왔던 증권사들은 수익률조차 공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9일 대우증권에 따르면 올해 출시한 주요 자문형 랩 9개 중 5개가 마이너스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고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한 자문형 랩은 단 1개뿐이었다.

설정일이 지난 4월 30일로 돼 있는 대우 한가람 VIP Wrap 2호는 이달 20일까지 누적 수익률이 -5.3%로 같은 기간 코스피보다 7.3% 낮았고 대우 오크우드 Wrap 1호(-4.9%), 대우-가울 Active Wrap 1호(-3.9%) 등도 코스피를 7% 이상 밑돌았다.

홈페이지에 자문형 랩 수익률을 상품별로 게시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의 경우도 개별 설정일부터 이달 27일까지 12개 중 8개 상품이 코스피 수익률을 하회했다.

지난달 12일에 설정된 하이-티에스투자자문 랩1호는 누적 수익률이 -8.15%로 시장수익률 0.39%와 큰 차이를 보였고 하이-리드스톤투자자문 랩1호(-6.34%), 하이-슈프림투자자문 랩1호(-3.61%) 등도 수익률이 낮았다.

이 탓에 지난 6월까지도 자문형 랩의 높은 수익률을 적극 홍보하던 증권사들은 일제히 함구하고 있다.

대우,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 현대, 하나대투, 메리츠종금, 하이투자 등 8개 증권사 가운데 수익률을 공개하고 있는 증권사는 대우와 하이투자증권 뿐이다.

"금융감독원의 지침이 강화됐다"거나 "수익률이 고객의 개인정보에 해당된다"는 것이 대외적인 이유지만 주도 종목 없는 조정국면을 맞아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부 증권사들은 "상품별 수익률 편차가 크고 타사와의 비교도 부담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털어놓았다.

A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증권사 실무자들을 불러 수익률로 과잉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고 구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실무자들이 수익률을 공개하는 것을 매우 민감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B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1월에 출시한 상품들의 수익률이 최고 30% 이상 격차를 보인다"며 "평균 수익률이 다른 증권사보다 낮을 수 있고 일부 상품은 시장수익률을 하회할 수도 있어 당장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자문형 랩을 출시한지 한달이 채 안 된 C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기간이 더 지나 수익률이 좋을 경우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문사와도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문형 랩은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고위험 상품으로 마땅한 주도주가 없는 장세에서는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장 전체가 수익률이 안 좋고 대형주들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자문형 랩은 일부 종목에 편중해서 투자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장세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회 금감원 금융투자업무팀장은 "현재 자문형 랩 상품을 판매할 때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투자 권유를 하거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평균적인 수치를 공개하는 것까지 금지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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