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미국 중산층들의 은행이탈(de-banking)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의 몰락을 지켜 보면서 은행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떨어진 데다 은행규제가 강화돼 대출이 여의치 않아진 까닭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미국에서 대출에 대한 개념이 바뀌면서 비은행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 미국에서 일고 있는 은행이탈 현상을 소개했다.
◇퇴직연금
재무 컨설턴트들은 퇴직연금을 담보로 연금액보다 많은 자금을 대출받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퇴직 이후 노후자금이 부족해 질 뿐 아니라 중간 정산에 따른 불이익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최근 퇴직연금 계좌가 있는 1100만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년래 가장 많은 21.9%가 지난 2분기에 퇴직연금을 담보로 그 이상을 대출받았다.
같은 기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퇴직연금을 해약한 이들도 1년 전보다 2.2% 늘었다. 또 1년 전 퇴직연금 일부를 정산받은 근로자의 45%는 여전히 주택압류나 퇴거를 모면하기 위해 연금의 일부를 재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모펀드
사모펀드는 미국 기업들이 은행 다음으로 많이 찾는 자금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은행권의 대출규제 강화로 기업들이 투자자들을 직접 찾아 자금을 조달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업들이 사모펀드를 통해 빌린 자금은 274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285억 달러)와 맞먹는다.
과거 사모펀드는 주로 중소기업들이 선호하는 자금원이었지만 최근 하이네켄이나 밀레니엄파이프라인과 같은 대기업들도 은행권 대출에 애를 먹자 사모펀드를 통한 자금조달 행렬에 동참했다.
하지만 포춘은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의 사적공모(private placement) 중개는 대개 은행이 맡고 있는 만큼 기업과 사모펀드 사이에서 은행이 완전히 제외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온라인 사회관계망인 SNS를 기반으로 한 개인 대 개인 대출은 급전이 필요한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자금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개인 대출연계 SNS로는 프로스퍼닷컴(Prosper.com)이나 렌딩클럽(Lending Club) 등이 있는데 이 곳에서는 학비부터 창업자금에 이르기까지 7000~25만 달러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포춘은 은행이나 신용대출기관을 통해 자금을 받기 어려운 개인이나 개인 사업자들이 주로 이런 사이트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인 대출연계 SNS는 총부채상환비율을 높여 잡아 대출조건이 까다로운 은행에 비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어 은행을 찾기 어려운 개인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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