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아웃소싱하는 시대가 됐다.
미국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30일자 최신호에서 미국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창업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빌려 활용해 수익원을 개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 미국 기업계에 일고 있는 아이디어 아웃소싱 바람을 소개했다.
미국 대표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찾고 있는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GE는 4개 벤처투자업체와 공동으로 다음달까지 '에코매지네이션챌린지(Ecomagianation Challenge)'라는 친환경 관련 기술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
현재까지 미국 전역에서 1000개 이상의 기업과 개인들이 참여해 2억 달러의 우승 상금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에코매지네이션 공모전 웹사이트에 올라온 아이디어는 경쟁사와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6개부문에 걸쳐 입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각 부문 입상자는 각각 최대 10만 달러의 현금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물론 GE와 제휴협약을 맺거나 공동개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스티브 플러더 GE 아이디어 공모전 책임자는 "GE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외부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를 곧바로 상업화하고자 한다"며 "400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GE의 에너지사업 부문에 외부 아이디어를 곧바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는 GE를 비롯해 넷플릭스, 펩시코, 프록터앤드갬블(P&G), 스타벅스, 델 등 12개 미국 대기업이 최근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외부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P&G는 홈페이지로 아이디어를 접수하는 개방형 혁신프로그램을 통해 1000개가 넘는 아이디어에 대한 라이선스를 등록했다.
펩시코도 지난 6월부터 공모전을 통해 디지털마케팅을 담당할 제휴사를 찾고 있다. 현재까지 500개 이상의 업체가 응모한 이번 공모전에서 펩시는 10곳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사이트 및 마케팅업체와 손을 잡을 계획이다.
보닌 보우 펩시코 SNS 책임자는 "잠재적 제휴사를 찾는 새로운 방식으로 공모전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아이디어 공모전이 자칫 창업자들의 비즈니스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모전에 응모한 창업자들이 핵심기술을 대기업에 빼앗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는 25만 달러 상당의 상금을 내건 2개의 i프라이즈 공모전을 통해 획기적인 기술 판권을 손에 넣었다.
팀 엘러트 무선자동솔루션 공동 창업자는 "중소기업들이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기술 관련 정보를 공개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이번 GE의 공모전에 가정용 전력측정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응모했지만 핵심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대기업 연구개발(R&D)팀도 기업의 기밀정보가 누출될 수 있다며 아이디어 아웃소싱을 꺼리는 분위기다.
마틴 드 비어 시스코시스템스 공모전 책임자는 "향후 경쟁업체가 될 수 있는 외부인들과 기업의 기밀정보를 공유하기란 쉽지 않다"며 "기업 내부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폐쇄적인 개념의 혁신과 좋은 아이디어라면 외부에도 공개하는 개방형 혁신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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