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엔화 가치 급등을 막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외환시장에서 이미 예상했던 조치인 만큼 파급력은 미미했다.
달러 대비 엔·유로화 가치 변동 추이(출처: WSJ) |
또 현행 20조 엔으로 묶여 있는 대(對) 은행권 자금 공급 규모를 30조 엔으로 10조 엔 늘렸다. 늘어나는 10조 엔에 대해서는 3개월이었던 만기도 6개월로 연장했다.
이로써 일본 은행들은 일본 국채나 회사채를 담보로 0.1%의 금리로 최대 6개월간 30조 엔의 자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앞서 BOJ는 지난해 12월 긴급 회동을 통해 금융권에 10조엔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바 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이를 20조 엔으로 늘렸다. 시장에서는 이 자금이 경기부양보다는 환율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해석해 왔다.
그러나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또 다시 15년래 최고치를 위협했다. 엔ㆍ달러 환율은 BOJ의 긴급 회동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이날 오전 85.91 엔까지 올랐지만 오후 들어 85.4엔 대로 떨어지며 강세로 돌아섰다.
엔ㆍ달러 환율은 최근 83 엔 대로 추락하며 15년래 최저치를 기록, 도요타와 소니 등 수출 주력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우려를 확산시켰다.
모리타 교헤이 바클레이스캐피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만으로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일본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통해 경제가 필요로 하는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제럼 매쿼리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의 효력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시라가와 마사아키 BOJ 총재와 간 나오토 일본 총리의 회동 전에 제로(0)가 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조치에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방침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시장의 실망감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BOJ는 2003~2004년 엔화를 내다파는 방식으로 15개월간 시장에 개입했지만 한 해 예산의 3분의 1에 달하는 35조 엔(4000억 달러)을 매도하면서 엔화 가치 상승세는 결국 잡지 못했다.
쓰라린 경험 탓인지 일본 정부는 2008년 10월 선진 7개국(G7) 정상들의 이례적인 용인을 받고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이 지난 28일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엔화 매도를 포함한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쿠마노 히데오 다이이치라이프리서치인스티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에도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일본 재무성이 직접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간 총리가 31일 발표 예정인 경기부양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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