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한국과 페루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상대적으로 교역규모는 작지만 성장잠재력이 큰 중남미에서 칠레에 이어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국 간 FTA 협상은 다른 국가나 지역과의 FTA 협상 타결에 걸리는 평균 소요기간에 비해 짧았지만, 협상 과정은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ㆍ전자제품 수출효과 기대
한국과 페루의 FTA 체결에 따른 최대 수혜 교역품목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이다.
현재 페루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약 23%이며, 이 가운데 페루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차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직접적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한ㆍ페루 FTA가 발효되면 현재 9%에 달하는 상용차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 3000㏄ 미만 승용차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코트라(KOTRA) 관계자는 "최근 한국차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지난 7월 말까지 1억9700만 달러를 수출하면서 전체 수출에서 36%의 비중을 차지했던 자동차 수출비중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9~17%의 관세가 붙는 세탁기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세금 역시 4~10년 안에 사라질 예정이다. 이로써 시장점유율 60%에 육박하고 있는 LG와 삼성의 수출량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KOTRA 관계자는 "전자제품의 경우 액정표시장치(LCD) TV 등 고가 제품 위주의 수출 확대가 예상되는데, 관세 철폐로 인한 가격경쟁력 상승효과가 클 것"이라며 "현지 진출 국내 가전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높아지고, 이는 중장기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자동차용 배터리, 직물, 플라스틱제품, 농약ㆍ의약품 등의 수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 산업계에 비해 경쟁우위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페루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은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주요국 제품의 경합도는 일본 42.09, 미국 21.46, 중국 19.56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페루와 FTA 협상 중인 일본에 앞서 이를 체결함으로써 시장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양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2000년대 중반 페루에서 64.3%를 차지했던 일본산 자동차 점유율은 올해 1~6월 현재 46.0%까지 축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7.4%에 그쳤던 한국산 자동차 점유율은 23.6%까지 늘어나 한ㆍ페루 FTA 체결이 앞으로 우리 자동차 수출 경쟁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도 "한ㆍ페루 FTA가 페루는 물론 중남미 지역에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
◆한-페루 교역규모는
한국의 대 페루 수출규모는 지난해 기준 6억4100만 달러로 자동차, 가전제품, 기계류, 화학제품 등이 주된 교역품목이다.
같은 해 수입액은 9억1900만 달러로 2억78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였지만 이는 수입물량이 늘었다기보다 페루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의 국제가격이 오른 데 따른 것이었다.
수출은 2006∼2008년 29.9∼54.5%의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석유제품과 컴퓨터, 영상기기 분야는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페루의 한국 수출은 아연광과 동광 등 광물이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오징어와 붕장어 등 수산물도 주요 수출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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