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미국이 30일(현지시간) 발표한 대북 제재용 행정명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 수단인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목적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제재는 단순하게 기존 제재 대상에 새로운 대상을 추가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북한 지도부의 불법활동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은 북한의 재래식 무기 거래, 사치품 수입, 불법활동을 특정해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한 자국법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지금까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사치품이나 불법활동이 제재대상으로 열거돼 있지만 미국 국내법에 제재와 관련한 법적 근거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중요한 현금 원천인 무기 판매, 북한 파워엘리트 관리를 위한 통치수단인 사치품, 비자금 조성 수단인 위폐·가짜담배·마약 등 불법활동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에 새롭게 제재 대상이 된 북한 기관 3곳과 개인 1명이 모두 김정일 위원장의 최측근 보좌기관과 고위인사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제재 대상인 북한 지도부의 자금관리처인 ‘노동당 39호실’과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은 당ㆍ군의 핵심기구로 슈퍼노트(100달러 위폐) 제작, 담배위조, 아편재배, 마약거래 등 불법활동의 산실 역할을 하며 북한 통치자금의 관리처로 지목된 곳이다.
또한 정찰총국이 통제하는 해외 무기수출업체 ‘청송연합’도 제재대상에 올랐고, 정찰총국을 총괄하는 김 위원장의 측근인 김영철 국장까지 포함돼 불법활동을 통한 통치자금줄을 묶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가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이 국제 사회가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로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와 1874호를 계속 시행하는 상황에서 미국 국내법인 행정명령이 결정적인 위력을 발휘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 성사 등 최근 긴밀해지고 있는 북·중 관계를 감안하면 중국의 동참 여부가 불투명해 미국의 의도대로 제재가 효과를 거둘 지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도 중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있어 큰 변수였다.
미국 재무부가 2005년 9월 북한과 거래하던 마카오의 중국계 은행인 발코델타아시아(BDA)에 예치된 북한 자금 2500만달러를 동결, 북측에 타격을 줄 수 있었던 것도 마카오 주권국인 중국의 동조가 있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미 행정명령의 효과에 대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을 특정해서 지정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지는 확고해졌지만 실제 어떤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제재 행정명령 발표가 6자회담 재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번 행정명령은 상징적 효과가 크다”며 “6자회담 재개 흐름이나 한반도 정세에서 심각하게 북한의 발목을 잡는 쪽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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