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림의 인터그레이션] 상생(相生)을 위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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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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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우리나라는 2009년 12월 27일 고리원전 1호기 가동 이후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 사업을 수주했다.

원자력계에서 바라보는 이날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 가슴 벅찬 일이었다.

UAE 원전 프로젝트는 전체 사업비가 400억달러, 약 47조원 규모로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한데다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 30년만에 이뤄진 쾌거여서 무리도 아니었다.

하지만 UAE원전수출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 있을시 국내 원전 프로젝트는 올 스톱 상태였다.

신울진 원전 1·2호기 시공사 선정이 2009년 3월 발주 이후 낙찰자 선정 방식의 문제로 수차례 유찰되면서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에 차질을 빚어오다 UAE 원자력발전사업 프로젝트를 만난 것이다.

신울진 원전 1·2호기 건설 공사는 1조4000억원 상당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치열한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난해 무려 9차례나 유찰에 유찰을 거듭한 결과였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최저가 낙찰제로 실시된 신울진 1·2호기 입찰에서 입찰 조건이 성립되지 않아 적격업체를 확정하지 못한 채 유찰된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도는 아니지만 입찰에 있어 ‘가격’이 IT서비스산업에서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최근 200억원 규모의 교보증권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가 SK C&C에서 LG CNS로 전격 교체된 것을 놓고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물론 발주처에서 제안서 요청서를 통보하고 가격, 기술 등 여러 측면을 평가한 결과 결정한다는 점에서 최저가 낙찰제와 같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전격 교체된 것에 대해 그 원인이 ‘가격’에 있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특히 발주처에서 3∼4차례 협상진행하면서 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한 것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190억원에서 최종적으로 150억원 이하로 가격을 떨어뜨리라고 요구한 것은 상도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저가수주가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고객사는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처럼 고객이 이미 상당히 낮은 금액을 제시한 상황에서도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가격을 낮추게 된다면 차후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만만찮다.

일반적으로 업체들이 제안한 금액은 절대 외부에 공개가 안 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실제로는 어느 정도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공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차후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프로젝트 금액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단가가 높은 고급인력들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프로젝트의 품질에서나 진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무지한 대부분의 고객이 초래한 면이 있지만, 결국 그 피해는 프로젝트 품질의 저하로 고스란히 고객에게 다시 돌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여기서 손해를 보는 회사들은 대형 시스템통합(SI)회사들을 비롯해 수많은 협력업체들까지 이어진다.

“프로젝트 협상과정에서 협상이 결렬됐지만 상생부문과 협력업체를 지켜줘서 회사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한 기업체 관계자의 말은 그래서 비장함마저 든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저가로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일은 사라져야 할 것이다. 상생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ksr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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