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중소기업의 납품단가에 반영하면서 대기업보다 더 심하게 쥐어짜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대기업에 중소기업과 상생하라는 압박을 가하면서도 정작 '등잔 밑'에 있는 공공기관 관리는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정부와 중기중앙회가 공동조사한 '납품단가 조정협의 실태조사' 결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산하 공공기관의 납품단가 반영률이 대기업보다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기중앙회가 64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실시해 공정위에 보고한 실태조사에서는 대기업의 원자재 가격 상승분의 납품단가 반영률은 74.3%인 반면에 공공기관은 49.0%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실태조사에서도 대기업의 납품단가 반영률은 41.6%, 공공기관은 38.4%였다. 지난해 11월 조사에서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반영률이 44.6%, 공공기관은 43.4%였다.
심지어 지난 2008년 3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반영률이 23.3%, 공공기관은 15.0%에 그쳤다. 모든 조사에서 공공기관의 납품단가 반영률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낮았다.
그동안 정부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정부 산하기관들이 오히려 중소기업을 더 어렵게 한 것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7월 28일 반월ㆍ시화공단 내 전자부품 생산업체와 염색가공 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납품 중소 협력업체들은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고 있는데도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 인상은커녕 인하 요구를 받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는 이어 "막말로 매년 5%씩 납품단가를 깎으라면 10년이 지나면 거저 납품하라는 것밖에 안된다"고 비난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최근 경제동향 및 향후 정책방향'에서 "경기회복에 따른 성과가 취약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대ㆍ중소기업 간 공정거래질서 확립 등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중소기업과 상생하라고 대기업을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은 여전히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조달청은 지난 1일 △중소ㆍ지역기업 조달 참여 확대 △사회적 책임 이행기업 등 우대 △물품구매 낙찰 하한 대상 확대 △중소기업 수요 원자재 우선 비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중소기업 등 사회적 약자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대책에도 공공기관들의 중소기업 납품단가 상향조정 유도와 같은 방안은 들어 있지 않았다.
한편 정부는 이번주 중소기업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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