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요의 70%를 담당하는 선진국의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외 노출이 심한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을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양적 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넘치는데다 한국 경제도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국내 증시가 쉽사리 약세장으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를 전망하며 일반적 악재로 인식되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오히려 국내 증시에 호재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엔고, 국내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가속
8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물가상승률을 제거하고 교역대상국으로 가중평균한 환율)은 올 7월을 기준으로 지난 2005년 대비 15.3% 절하된 반면 엔화는 12.2% 절상됐다.
글로벌 리스크로 안전자산인 엔화로 자금이 몰리는 반면 위험자산으로 인식되는 원화의 약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원화의 엔화대비 약세는 역사적으로 국제 수지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제수지가 큰 폭 흑자를 기록하면 국내 유동성은 더욱 팽창돼 시중금리 하향압력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유동성 팽창 효과가 지속되는 것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 대해 더욱 포커스를 맞춰야 될 부분은 1800돌파가 아니라 하단이 안정적인 것"이라며 "엔화 강세 등 대외여건이 한국시장의 상대적 매력을 지지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업종의 주가는 환율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현대차와 BMW가 도요타 대비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도 엔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한국과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원화약세는 국내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뿐 아니라 국내 금융자산 가치가 저렴해 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으로의 자본유입을 촉진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 금리인상되면 외인 자금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
외국인 투자가 안전자산인 채권쪽으로 쏠리면 주식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외국인 자금은 올들어 국내 금융시장으로 약 55조원이 유입됐지만, 이 자금은 주로 원화채권으로 쏠려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 코스닥 시장을 합쳐 3053억원 순매수에 그친 반면, 원화채권은 54조3790억원(7일 기준)이나 순매수했다.
이는 이미 작년 총 채권 순매수액인 53조5823억원도 웃도는 수치다. 이에, 현재 채권시장은 과열논란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금통위가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채권 매도와 함께 주식 매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지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역사적 경험을 살펴 볼 때, 기준금리 인상구간에서는 채권형 펀드에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이동이 나타났다"며 "채권투자의 매력이 하락하고 있는 구간에서 조정시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자금 등을 감안하면 주식조정은 저가매수의 관점에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연기금, 내년까지 8조원 추가매수 여력
연기금의 순매수 기조도 지속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가운데 국내주식 비중 목표치를 올해말 16.5%, 내년 18%로 정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주식 비중은 15%를 약간 웃도는 정도여서 내년까지 8조원 정도의 추가 매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현재 코스피지수는 기업 실적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어 연기금의 매수세가 지속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연기금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9~11배 수준에서 대거 순매수하는 패턴을 보여왔는데 지금 9배 수준이기 때문에 연기금의 매수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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