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느라 편한 옷을 입었다"는 김 총장은 "요즘은 출근길에 학생들이 (나를) 알아보고 '총장님 파이팅'을 외치기도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총장은 9일 총장 집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계량화된 수치나 획일적인 틀에 연연하지 않고 '누가 보더라도 이 분야는 건국대가 최고'라고 할 만한 특화 분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테뉴어(정년보장)를 받은 뒤 연구 생산성이 떨어진 교수들과 총장이 직접 면담을 하고 학교 발전기금 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학교 현안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김 총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의과대학 부학장과 대한임상화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임상화학회 학술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의학자로서 그간 과학논문색인(SCI)급 190편을 포함해 420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국내 진단검사의학 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김 총장은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던 올해 6월 건국대가 실시한 학내·외 총장 후보자 공개 공모에 지원해 이사회 의결로 총장으로 선임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소감은.
△80년의 역사를 가진 탄탄한 대학인 건국대학교 총장을 맡게 돼 영광스럽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풋풋한 모습을 출근길에 보면서 건국대에 새로 입학한 기분이 들었다.
-관용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겠다고 선언해 화제가 됐는데.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대학은 현재 세계인이 고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환경 파괴나 온난화 문제는 몇몇 개인이나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세계사적 난제 아닌가. 자전거를 타는 것은 이 난제를 해결하는 작은 실천이다. 1억원 남짓한 총장 차량 구입비용은 젊은 교수 2명을 '총장 석좌교수'로 초빙하는 데 쓰려고 한다. 건국대가 가장 선도적으로 육성해야 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젊고 유능한 연구진을 뽑겠다.
-'생산 현장의 공장장' 같은 총장이 되고 싶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그 의미는.
△제품이 우수하면 회사 브랜드가 올라가듯이 대학의 생산성은 교수들의 연구 업적과 졸업생의 수준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학문 분야를 육성해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겠다. 현재 각 언론사나 기관에서 시행하는 대학 평가는 획일적이다. 여기에 일방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방향성을 잃게 된다. 계량화된 수치나 획일적인 틀에 연연하지 않고 '누가 보더라도 이 분야는 건국대가 최고'라고 할 만한 특화 분야를 만들겠다.
-현재 건국대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 '평균 이상'을 지향하려는 동기가 유발되지 않았던 것 같다. 구성원들에게 당당함을 심어주고 싶다. 소속 대학과 대학원에서 적어도 평균 이상, 나아가 상위 10%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건국대 교수진의 절반 이상이 테뉴어를 받은 교수인데 이들의 연구 생산성이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총장이 직접 활동이 저조한 정년보장 교수들과 면담을 한 뒤 연구비 지원, 별도 연구조교 배정 등 연구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교수진에 교육적 자극을 줄 만한 비책이 있다면.
△강의를 녹화해 학생들과 외부 기업체 등에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은 교수 자신이 강의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고, 사회 기여나 산학협력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필요한 기자재를 확충하고 자원하는 교수부터 시작해 보려고 한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의견은.
△구조조정이라는 용어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 학문 간 경계가 날로 사라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성격의 학부들을 하나로 묶어 경쟁력 있는 큰 학부로 키우는 방향을 지향한다. 경쟁력이 낮은 과는 통폐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런 학문단위는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학과로 신설·전환을 유도하겠다.
-발전기금 확충 계획과 목표액을 알려달라.
△건국대의 28만여 동문을 대상으로 '학교사랑 동문 기부금' 조성 캠페인을 벌이려고 한다. 목표액은 1천500억원 정도다. 기금 확충에 전력투구하기 위해 건국대 발전기금 재단을 설치하고 총장이 이사장을, 대외부총장이 부이사장을 맡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단은 10월께 발족할 예정이다.
-인재 유치를 위한 대학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데 복안이 있다면.
△가칭 '상허의숙'을 만들고 학년당 최상위 학생 20여명을 뽑아 이 기숙사에 살게 하겠다. 이들에게 전액장학금을 지급하고 저명인사나 유력 동문이 지도도 해 주면서 사회 리더로 키워 졸업 후 사회 각 분야에서 '친(親) 건국대' 리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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