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0년 DNA 13·2] MK “내겐 오직 자동차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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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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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이 지난 2000년 기아차 광주공장 인수 직후 공장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임직원들과 함께 차량 파워트레인을 직접 훑어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관련 일 외에 특별한 취미가 없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정리하기 전까지 서울 한남동 자택 주차장 한 켠에 자동차를 직접 분해·조립할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있었다. 예전 현대기아차의 신차들은 대부분 이 곳을 거쳐갔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는 그의 사업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부동산을 철저히 업무용으로만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인이 부동산을 재테크 용도로 겸하는 것과 대조된다.

정 회장은 중역들에게도 “(일 외에) 딴 짓 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즉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혹은 부동산을 사고 팔지 말라는 뜻이다.

이 같은 그의 철학은 1980년대 중반 정 회장이 현대차써비스를 맡고 있던 시절 노태우 당시 정부의 5.8 부동산 조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5대 그룹 중 부동산 보유 건수가 가장 많은 현대차와 현대차써비스에 비업무용 토지가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당시 판매 대수 급증으로 정비망 확충을 위한 토지 매입에 열심이었다. 그리고 현대차써비스를 맡고 있던 정 회장이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정 회장은 칠순을 넘긴 현재도 철저히 ‘현장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30대 때부터 수많은 신차를 직접 손으로 만지고 운전하면서 차량의 개선사항을 지적해 왔기 때문이다.

2010년 7월 말 정몽구 회장은 미국 현대.기아차 공장을 방문하던 중 현대 앨라배마 공장장을 전격 경질했다. 반년 만의 이례적 인사였다. 쏘나타 판매 급증으로 가동률이 100%에 달하던 때여서 다소 의외로 여겨졌다.

전임 공장장이 차를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알려진다. 조립라인을 돌아보던 정 회장이 “보닛을 열어보라”고 지시했는데 그가 보닛 후크(잠금걸이)를 찾지 못하는 것을 보고 현장 경험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당시 동행했던 관계자의 말이다.

같은해 4월 가동에 들어간 충남 당진 고로 제철소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완공 이전 정몽구 회장은 일주일에 두세 차례씩 공장 건설 진행상황을 직접 둘러 봤다. 이 역시 철강사업 그 자체보다는 고품질의 자동차용 강판을 스스로 만들게 됐다는 중요성 때문이었다.

현대제철이 고로 제철소 본격 가동으로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제철(철강재)-현대하이스코(자동차용 강판)-현대기아차(완성차)-현대제철(고철)-현대엠코(건설)로 이어지는 자원순환형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처럼 정 회장은 ‘더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 이외에는 관십이 없다. 신사업 역시 친환경자동차 개발에 국한된다. 다른 그룹사가 사업성을 검토한다면, 현대차는 차와 연관이 있느냐를 보는 셈이다. 국내 유일의 자동차전문그룹에 걸맞는 뚝심이다. 아버지가 관심을 가져 왔던 대북사업이나 농지개발사업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똑같은 이유다.

얼마 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사임, 공석이 되며 정몽구 회장이 후보로 물망에 오른 바 있다. 재계에서는 나이로 보나 그룹의 위상으로 보나 정 회장이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는 이례적으로 보도자료까지 내며 “차기 회장에 전혀 뜻이 없다”고 못박았다. 아버지 정주영 선대 회장이 역대 최장 기간인 10년 동안 전경련 회장을 지낸 것과 대조된다. 기업 경영, 즉 자동차 사업이 곧 자신이 국가 발전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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