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가 요구한 내년도 예산ㆍ기금 지출 규모에 비해 7조원이나 줄인 수준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내놓은 올해 부처별 예산요구액은 올해 예산 대비 6.9% 늘어난 312조9000억원이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 당초 계획했던 예산안에 비해 증가폭을 2.4%포인트 깎은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9% 수준인 적자재정 규모가 내년에는 2.3% 수준으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내년 예산안을 당초 306조~311조원의 범위에서 짜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재정건전성을 감안해 당정협의 내용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다"면서 "306조원으로 최종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내년도 예산안 증가폭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총액 규모를 포함해 세부 예산안 편성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재정 규모가 본예산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지난해 예산은 301조8000억원으로 300조원을 처음 초과했지만, 초유의 금융위기로 인해 28조4000억원으로 편성된 추경이 포함된 규모였다.
재정부 관계자는 다만 "장기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 사업들에 대해서는 미세 조정작업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특히 4대강 예산 등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의견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주부터는 당정협의 등을 통해 개별 사업에 대해 미세 수준에서 삭감 또는 증액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추석 전인 20일까지는 내년 예산안 편성을 마무리하고 인쇄작업까지 끝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추석 다음주인 27일부터 30일 사이 차관회의와 대통령 주재로 전 부처 장관이 참석하는 국무회의을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다. 10월 2일 정부 예산안의 국회 제출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 편성의 특징은 재정건전성 강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달 마련된 세제개편안에서 내년 세수증액 규모가 2조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 점도 재정 확대를 제약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우선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국책과제나 의무지출 예산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부처 예산안 요구액에서도 4대강 살리기 사업(SOC 부문) 예산은 올해 3조2000억원에서 1000억원 늘어난 바 있지만, 야당이 반발하고 있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올해보다 1조4000억원 늘어난 보금자리주택 예산은 감액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주택 실수요자들의 거래 숨통을 터주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한 바 있다. 다만 보금자리주택 예산의 감액 규모 결정은 주택경기에 대한 부처 간 시각차 때문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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