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전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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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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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정책금융공사ㆍ우리은행ㆍ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이 결정한 매각공고 기한인 24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자동차그룹ㆍ현대그룹 등 현대건설 인수 유력 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워 인수전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인수전이 본격화될수록 인수 후보로서의 약점도 부각될 것으로 보여,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회계자문사로 내정한 '김앤장' 및 '삼일회계법인'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특히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매각공고 기한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는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깊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금력에서 월등한 강점을 가진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현대건설 인수가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엠코ㆍ글로비스 등과 합병해 자연스럽게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이뤄내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한 정몽구 회장이 지난 2007년 배임ㆍ횡령혐의로 징역 3년에 집형유예 5년을 선고 받은 점도 현대차그룹의 불안 요소다.

실제로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이 금융사를 인수할 때 총수 일가의 도덕성 논란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GS그룹 역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 당시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휘말려 인수기업 평가항목에서 상당한 감점을 받을 우려가 제기돼 스스로 인수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정몽구 회장의 과거 범법사실이 다시 부각되는 것을 염려하는 눈치다. 인수 경쟁업체들도 이 점을 쟁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대그룹은 지난달 개별 계열사들이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화한 뒤 도이체방크와 맥쿼리를 인수자문사로 선정,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2~3년 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만큼 매각공고가 발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과 달리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의 자금동원력에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의 현금유동성은 1조원 안팎이다. 이 자금을 전부 동원하더라도 3조원 가량을 외부에서 동원해야 한다.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액수다. 내부적으로 중동 등 해외 투자자로부터 인수자금을 동원할 방침이지만, 글로벌 경기를 고려할 때 낙관할 수 없다.

게다가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적절성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채권단에 포함된 점도 현대그룹의 승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컨설팅업체의 인수ㆍ합병(M&A) 전문가는 "사실상 현대건설을 인수할 기업은 이들 두 그룹밖에 없다"며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범현대가의 골육상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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