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기업은 저마다의 장점을 내세워 인수전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인수전이 본격화될수록 인수 후보로서의 약점도 부각될 것으로 보여,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회계자문사로 내정한 '김앤장' 및 '삼일회계법인'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특히 추석 연휴를 제외하고 매각공고 기한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서는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깊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금력에서 월등한 강점을 가진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고민은 현대건설 인수가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엠코ㆍ글로비스 등과 합병해 자연스럽게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이뤄내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한 정몽구 회장이 지난 2007년 배임ㆍ횡령혐의로 징역 3년에 집형유예 5년을 선고 받은 점도 현대차그룹의 불안 요소다.
실제로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이 금융사를 인수할 때 총수 일가의 도덕성 논란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문제가 제기됐었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GS그룹 역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 당시 사상 최대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휘말려 인수기업 평가항목에서 상당한 감점을 받을 우려가 제기돼 스스로 인수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정몽구 회장의 과거 범법사실이 다시 부각되는 것을 염려하는 눈치다. 인수 경쟁업체들도 이 점을 쟁점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대그룹은 지난달 개별 계열사들이 현대건설 인수를 공식화한 뒤 도이체방크와 맥쿼리를 인수자문사로 선정,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2~3년 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만큼 매각공고가 발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과 달리 시장에서는 현대그룹의 자금동원력에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의 현금유동성은 1조원 안팎이다. 이 자금을 전부 동원하더라도 3조원 가량을 외부에서 동원해야 한다.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액수다. 내부적으로 중동 등 해외 투자자로부터 인수자금을 동원할 방침이지만, 글로벌 경기를 고려할 때 낙관할 수 없다.
게다가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 적절성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외환은행이 현대건설 채권단에 포함된 점도 현대그룹의 승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컨설팅업체의 인수ㆍ합병(M&A) 전문가는 "사실상 현대건설을 인수할 기업은 이들 두 그룹밖에 없다"며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범현대가의 골육상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ironman1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