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총리가 14일 열린 일본 민주당 경선에서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에 압승을 거두면서 흔들리던 리더십을 다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참패에 따른 외상과 당 대표 경선 레이스에서 불거진 당 내 분열을 극복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공공부채 급증에 따른 재정위기와 엔고로 인한 수출업계의 아우성도 간 총리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ㆍ대만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두고 벌이고 있는 영토 분쟁과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정치 분석가들은 무엇보다 민주당 내부의 분열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간 총리도 대표 당선 직후 "'거당일치'체제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말보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당정과 내각 개편과정에서 오자와 전 간사장과 그의 지지자들이 요직에서 배제될 경우 민주당은 둘로 나눠질 것이라며 오자와 세력이 민주당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간 총리가 추진하는 추가 부양안과 세제 개편안의 입법화는 요원해진다.
나가노 코이치 일본 소피아대 정치학 교수는 "간 총리의 위태로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야권에서는 간 총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태세여서 일본 정계의 불안정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오 준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정치학 교수는 "오자와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부터 간 총리보다 불과 12포인트밖에 뒤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민주당 내 반(反) 간 정서가 상당하다는 의미"라며 "간 총리는 소속 의원들에게 귀를 기울이며 민주당의 진정한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엔화 가치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간 총리는 최근 엔고에 따른 수출기업들의 채선성 악화를 막고 디플레이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부양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일본 정부는 엔고 저지를 위해 적절한 시기에 시장 개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이날 하루동안에도 잇따라 15년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장에서는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서며 "엔화 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던 오자와에 비해 간 총리가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소네 야스노리 일본 게이오대 정치학 교수는 "간 총리가 엔고를 막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밖에 일본 정치권 안팎에서는 연토 분쟁으로 촉발된 중국과의 갈등과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문제, 내년 예산안 편성 등이 간 총리의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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