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기반시설 프리미엄으로 한 때 '귀하신 몸'이었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찬밥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연이은 집값 하락으로 매수세가 실종된 데다 집값 상승 기대감마저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곳곳에선 '눈물의 바겐세일'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할인 분양도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한양이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분양 중인 '독산동 한양 수자인' 아파트가 지난 14일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대거 미달됐다.
독산동 삼승아파트를 재건축한 독산동 한양수자인은 전용면적 67㎡, 68㎡ 총 38가구를 일반에 공급한다. 하지만 이날 청약에서는 단 4명만이 접수하면서 34가구가 고스란히 미분양으로 남게됐다.
지난달 말 청약을 끝낸 서울 상도동 롯데캐슬비엔도 84㎡의 일부 세대가 미달됐고, 사당동 남성역 두산위브도 84㎡와 116㎡, 125㎡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수가 줄고있다고는 하지만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미분양 털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고가인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실수요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파격적인 혜택도 불사하면서 미분양 털기에 부심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동구 고덕아이파크 잔여세대에 한해 분양가의 9~10%를 낮춰 분양하고 있지만 소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분양가를 10% 낮춘다 해도 수요자 입장에선 수억원대에 달하는 아파트를 쉽게 계약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분양 관계자는 "20평형대부터 대형평형까지 아직 물량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분양가 할인 외에도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엠코가 서울 상도동에서 분양 중인 상도엠코타운도 잔여세대에 한해 최고 1억2000만원까지 분양가를 할인해주고 있다. 계약금은 공급면적 기준 109㎡형이 2000만원, 142㎡형이 3000만원이다. 중도금 60% 이자후불제 조건이지만 두 주택형 모두 잔여세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팀장은 "재개발·재건축 아파트가 고전하는 이유는 주택경기가 침체되고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높은 분양가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현재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물량들이 소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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