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황태자' 우지원, 미국 농구교실 연다


1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전지훈련 연습구장 앞에 낯익은 키다리 미남이 나타났다.

조각 같은 얼굴에 예리한 골 감각으로 연세대 재학시절부터 18여 년 동안 여성뿐만 아니라 농구팬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37)이었다.

모비스에서 8년간 뛴 뒤 지난 5월 은퇴를 선언한 그가 태평양을 건너 머나먼 이곳을 찾은 건 팀 전지훈련 때문이 아니었다.

LA 근처에 있는 어바인(Irvine) 시에 유소년 농구교실을 차리러 들렀다가 마침 이 지역에서 훈련하는 친정팀 모비스의 미국 연합팀과 2차 평가전에 구경하러 온 것.

우지원은 애초 유재학 모비스 감독 밑에서 팀 전력분석원으로 지도자 수업을 받으려 했지만 과감히 진로를 틀었다.

"5, 6월 분석원 생활을 하다 보니 이게 아니다 싶었어요. 원래 하고 싶었던 아이들 농구교실까지 병행하기 힘들더라고요. 욕심이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농구교실에 전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우지원의 낯빛엔 당시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유소년 농구교실을 계획한 데 대해서는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겠지만 농구도 엘리트 체육과 일반 체육 간에 완충지대가 없다는 게 아쉬웠어요. 이곳이 농구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길목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조기에 엘리트 코스를 밟도록 육성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학교 공부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적응을 돕겠다는 생각이었다.

아시아 농구의 맹주를 자처하던 한국 농구가 최근 들어 위기를 맞이한 것도 국내 선수가 아닌 용병에만 의존해 자생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우지원은 진단했다.

우지원은 이미 지난 8월 분당에 'wgym 우지원 유소년농구교실'을 열어 직접 아이들에게 농구 강습을 하고 있다.

"지금 100명 정도 등록했어요. 제 딸 서윤이도 자진해서 수업(90분)을 두 개나 듣고 있습니다. 발레도 피아노도 다 하기 싫다네요. 피는 못 속이나 봐요"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엔 뿌듯함이 감돌았다.

그는 두 번째 '분점'을 미국에 열어 재미교포 아이들을 차세대 한국 농구를 이끌 재목으로 키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어바인은 캘리포니아 주 내에서 '코리아타운 8학군'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교육열이 높아 한국 기러기 가족의 집결지로 유명한 지역이다.

게다가 이곳 시장이 한국인 강석희씨인 점도 이 지역을 선택하는 데 어느 정도 작용했다.

우지원은 "어바인 농구교실은 한국 교포만 대상으로 미국인 현지 코치가 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에서 황태자로 군림했던 우지원은 한국에 돌아가 올 시즌 프로농구 해설위원 이름표를 달고 다시 한 번 코트에서 '제2의 농구인생' 날개를 편다.

지난 8시즌 동안 팀이 통합우승 두 차례, 정규시즌 우승 4차례를 차지하는 데 힘을 보탠 모비스 주장 우지원은 다음 달 15일 모비스의 정규리그 개막 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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