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이산가족 정봉옥(86.여)씨는 15일 오후 자신을 위로방문해 건강과 안부를 묻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평안북도 신의주 선천이 고향인 정씨가 남쪽으로 건너온 것은 22살 되던 1946년.
정씨는 해방 직후 당시 서울에 대학을 다니려고 남한으로 내려왔다가 등록금 부족으로 대학도 다니지 못하고 결국 부모님과 언니, 두 남동생과 여동생 등 가족과 영영 이별을 고해야 했다.
정씨는 '북의 가족들을 만날 기회는 있었느냐'는 현 장관의 질문에 "이산가족 상봉이 있을 때마다 매번 신청했지만 한 번도 못 봤다"고 대답한 뒤 현 장관의 손을 꼭 잡고 "이번에 상봉이 성사돼서 꼭 좀 동생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리가 불편한 그는 "부모님과 언니는 돌아가셨겠지만 밑에 동생들은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다"면서 "이번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사를 맞고서라도 일어나서 만나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장관은 이에 "정부로서도 하루빨리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건강 잘 지키셔서 북의 가족들을 꼭 만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정씨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산가족들은 여든이 넘고 아흔이 다 되신 분이 대부분"이라며 "이분들이 살아생전에 북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게 해 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년에 100명씩 만나서 언제 다 만날 수 있겠느냐"면서 "수시로 상봉하고 서신도 교환하고, 상봉하신 분들도 재차 상봉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장관은 지난 2004년 충남 예산 출신의 남편과 사별하고 둘째 아들과 사는 정씨에게 앞서 위문한 납북자 가족에게 준 것과 마찬가지로 위로금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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