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라제시 야다브는 코카콜라 인도법인으로부터 귀가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코카콜라 제품만 취급하면 냉장고를 거저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코카콜라의 제안을 마다하지 않았다. 곧이어 매장입구에는 코카콜라 로고와 발리우드 톱 배우의 사진이 박힌 최신식 냉장고가 들어왔고 야다브는 코카콜라만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여전히 '펩시'와 담배를 팔고 있다고 소개한다. 1990년대 초 펩시가 인도시장에 진출한 이래 펩시는 인도에서 콜라의 동의어로 통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호에서 만년 2인자인 펩시가 인도에서 콜라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했다.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인도 음료시장에서도 매출 면에서는 코카콜라가 펩시를 압도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콜라 이외에도 다양한 음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콜라만 놓고 보면 펩시의 점유율이 4.5%로 코카콜라(2.6%)를 능가한다는 게 컨설팅업체 유로모니터의 지적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콜라시장에서 펩시가 코카콜라를 따돌린 지역은 전 세계에서 인도가 유일하다.
비즈니스위크는 이같은 '불균형'이 코카콜라 특유의 비밀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코카콜라가 인도 정부와 마찰을 빚으며 인도시장에서 철수한 사이 펩시가 독보적인 경쟁력을 쌓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도시장에 먼저 진출했던 코카콜라는 현지 기업과 제휴하고 코카콜라 원액 제조법을 공유하라는 인도 정부의 요구에 반발하며 1977년 인도시장에서 철수했다.
반면 펩시는 1988년 인도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1990년 '라헤르펩시'를 출범시켰다. 이후 인도 정부의 방침이 바뀌면서 코카콜라가 인도시장에 복귀한 1993년까지 펩시는 인도에서 유일한 외국계 콜라업체로 경쟁력을 쌓을 수 있었다.
랄리타 데사이 인도 자다푸르대 언어학 교수는 "인도인들이 서구와 서구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와 맞물려 인도에 진출한 펩시는 재빨리 인도와 동화될 수 있었다"며 "펩시는 외국계 기업과의 경쟁 없이 외제 탄산음료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인도 트럭 운전사들은 휴게소에서 잠시 쉴 때 마시는 음료를 종류와 상관 없이 '펩시'라고 표현한다.
그렇다고 펩시가 이런 상황을 마냥 즐기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샌디프 아로라 펩시 대변인은 "펩시라는 브랜드가 인도에서 콜라의 대명사가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브랜드를 차별화하지 못하는 한 펩시의 현재 위상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출신인 인드라 누이 펩시 최고경영자(CEO)도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코카콜라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코카콜라는 인도 내 음료 카테고리가 확대되고 있는 데 힘입어 자사가 보유한 다양한 브랜드의 매출 증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코카콜라는 1993년 인도시장에 재진입하면서 '썸업콜라'와 '림카', '골드스폿' 등 3개의 현지 브랜드를 인수한 바 있다.
코카콜라는 이후에도 꾸준히 브랜드를 늘리는 데 힘을 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유와 커피 첨가 음료도 출시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카콜라의 생수 브랜드인 '킨리'와 '썸업콜라', '스프라이트' 등이 매출 기준 상위 톱 3 음료 브랜드로 등극했으며 코카콜라는 5위에 올라 있다.
인도 방갈로르에서 브랜드전략 컨설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하리시 비주르는 "펩시는 인도에서 코카콜라보다 큰 (콜라) 브랜드임에 틀림 없지만 콜라 이외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는 코카콜라가 더 똑똑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도 음료시장에서 차나 우유ㆍ커피 첨가 음료의 비중이 90%에 이르는 데 비해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의 비중은 5%가 채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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