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첫날인 21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재산손실 등 막대한 피해를 본 주민이 법적으로 배상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송 제기는 가능하다. 폭우나 폭설 등으로 피해를 본 주민은 도로나 하수시설 등 공공시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법원은 시설물의 설치ㆍ관리상 하자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해당 시설물의 설치ㆍ관리 주체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즉 국가나 지자체가 폭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수 피해로 다수의 원고가 공동소송을 낸 첫 사례로 손꼽히는 `망원동 수재' 사건의 경우 3천700여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53억여원을 배상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유수지의 수문상자가 수압을 견디지 못해 붕괴했다면 홍수에 대비한 방수용으로서 충분한 견고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수해는 서울시가 설치·관리하는 공공물의 흠 때문에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1998년 집중호우로 우이천이 범람해 피해를 본 석관동 주민 189명이 서울시와 성북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배수관을 잘못 설치한 책임이 인정돼 주민에게 위자료를 20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
하지만 이번 폭우가 9월에 내린 비로는 102년 만에 최고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천재지변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관리자의 책임을 입증하는 일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배상법 제5조는 도로, 하천, 기타 영조물의 설치ㆍ관리에 하자나 공무원의 명백한 과실이 있을 때만 배상을 인정하고 있고 규정과 판례 역시 엄격하다.
2002년 12월 신림동 폭우 피해자 30여명이 서울시와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예측 강우량을 훨씬 넘는 수량이 단시간 복개시설을 통과해 발생한 불가항력적 재해"라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바 있다.
같은 해 8월 소용량 배수시설로 인한 호우피해자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예년 수준을 웃도는 집중호우에 대비한 수해방지시설을 갖추지 못했어도 시설상 하자는 아니다"며 "손배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설치ㆍ관리상의 하자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다면 원칙적으로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다만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였다면 손해를 부정하는 사례도 있어 이번 폭우 피해에 대한 법원 판단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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